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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g in AUS

14022021 발렌타인데이에는 캠핑

by MJINAUS 2021. 6. 17.

Day 1

금방이라도 갈 수 있는 곳, 좋은 기억이 있는 갈만한 곳이 있다는 것은, 아무때나 전화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큼 소중한 일이다. 요즘 들어 부쩍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도무지 갈 수가 없으니 가족과 함께 있는 것 같은 푸근한 느낌의 장소를 만들어 놓아야 했던 걸까. 근 두 달 만에 다시 오게 된 Carcoar Dam campground.

 

지난 번 우리가 머물었던 곳은 이미 다른사람의 차지가 되어버렸고, 눈여겨 봐뒀던 사이트, 벤치와 바비큐 시설 바로 옆자리인, 화장실 옆 자리 역시 우리보다 부지런한 사람의 공간이 되어버렸지만 어부지리로 나름 더 괜찮은 곳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 평평한 땅과 나무 밑 그늘, 탁 트인 wind farm view.

Hilux, landcruiser, pajero, patrol 등 카라반이나 보트를 달고 온 4WD 차량들이 꽤 있다. 저 큰 카라반을 끌고 꼬불꼬불 블루마운틴 산길을 달리려면 힘이 얼마나 세야 하나, 기름도 또 엄청 먹겠지 그렇지만 나도 프라도 카카두가 정말 갖고 싶다. 내 드림카 프라도 카카두.

 

 

 

기온이 살짝 낮아진 것 말고는 변한게 없다. 작년 크리스마스 그 때 그 느낌 그대로다. 먹을 것은 훨씬 더 많다. 변비가 걸려 좀 신경쓰이는게 아쉬울 뿐이다.

텐트 입구는 이번에도 역시 윈드팜 방향이다. 아침 잠에서 깨어 안에서 문을 열고 나와 이런 뷰를 마주한다면, 그 어떤 아침이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Ross에게서 받은 Fire pit이 아주 마음에 든다.

클래식한 Drum fire pit을 찾고 있다는 말에 Ross가 선뜻 자기가 안쓰는 녀석이 있는데 가져다줄까 하여 호기심에 받아 본 녀석이다. 러스틱하고 올드한 디자인에 50cm 지름의 충분하고도 남는 크기. 오히려 드럼핏보다 낫다 하여 나 이거 마음에 든다 얼마에 팔래!? 하니 그냥 가져가라고 해서 땡스 마잇! 하고 냅다 챙겨 옴. 이후 이번이 처음 사용하는 거다.

 

 

역시 고기는 숯불구이. 티본 스테이크와 생삼겹살.

케이뜨와 팸이 없나 주변을 살펴보지만 비슷한 나이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있을 뿐이다. 우연히 또 만나게 되면 참 반가울 것 같았는데. 아마 집에서 손자들 보고 있겠지..?

 

아침 일찍 출발해 쉬지 않고 한번에 도착해서 자리잡고 밥먹고 이것저것 하니 좀 피곤하긴 하지만 확실히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다. 새로운 곳, 가본 적 없는 캠핑장을 개척하는 것도 나름 신나는 일이지만 그건 반대로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대비해 적지 않게 긴장 되는 일이기도 하다. 허나 지금 이곳은 단 1의 긴장감도 없는 정신적으로 아무런 장애물이나 저항이 없는 무긴장의 진공상태와도 같다. 그저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슬슬 걸어다니며 남의 집 구경도 하다가 밥먹고 불멍때리고 과자먹다가 별구경 하고.. 살짝 초저녁 잠을 자고 일어나니 지금 시간 밤 11시. 10인용 텐트에 와이프와 둘이 있으니 넓긴 하지만 우풍이 좀 심하네. 텐트 바로 위에 있는 나뭇가지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윈드팜 돌아가는 소리, 적당히 부른배와 아늑한 전구등.

 

Moon phase 8%의 밤하늘 쏟아지는 별 아래 우리 텐트도 나름 아늑한 불을 밝히며 그렇게 첫날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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