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런치 시프트 끝나고 집에 와서 짐싸가지고 바로 출발
어디에선가 Hargraves Lookout이 별구경하기 정말 좋다고 한 게 문득 떠올랐다. 운좋게도 야간 날씨가 맑고 구름이 없는데다가 Moon Phase가 4%로 거의 New Moon에 가까워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저녁 6시 반 쯤 출발했는데 룩아웃 근처에서 잠깐 눈 좀 붙일 차박 장소가 필요했다. 별구경 특히 밀키웨이 구경은 2am~4am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발 전 부랴부랴 찾은 곳이 Blackheath Glen Reserve.
룩아웃까지 약 17분의 거리. 이 곳에서 텐트는 안치고 테이블 펴고 저녁으로 라면 먹고 불멍 좀 때리다가 눈 좀 붙일 계획으로 일단 출발. 나무와 도끼까지 일단 챙기긴 했는데...
이런, 도착하고 보니 사이트가 꽉 차있었다. 여기는 작은 크릭이 있고 주변에 장소가 허락하는 대로 그냥 차 세우고 자기들만의 공간을 차지하는 건데 대략 15군데 정도 사이트가 있었지만 빈 공간은 없었다. 첩첩산중 큰 도로에서 꼬불꼬불 산길을 20분동안 들어와야 하는, 블루마운틴 아주 깊숙히 자리 잡은 이 곳에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들 온건지... 후레쉬들고 이곳 저곳 둘러보고 있는데 다행히 한 차가 빠져서 그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배고파서 급하게 상 펴고 라면부터 끓이고 허기를 달랜 후 달려드는 날벌레들을 피해 차 트렁크에 침낭 펴고 잠을 잤다. 불멍이고 뭐고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장작 팰 여유도 없었다. 사람들 다 자고 있는데 엄청 시끄러울 것 같아서..일끝나고 바로 달려온 터라 내일 아침 다시 집으로 운전해 올려면 피로를 풀어야 해서 서둘러 잠을 청했는데 역시 차박은 트렁크에 최소한 에어매트 정도는 깔아야 했다. 그냥 침낭만 펴고 누우니 등이 배기고 목도 엄청 아팠다.
겨우 두시간 정도 잠들었나, 아우 이제 일어나야지 하고 짐 재정비해서 바로 Hargraves Lookout으로 출발.
산정상의 이 룩아웃에는 공용화장실과 작은 Fire pit이 있었다. 아 여기서 장작 패서 불멍이나 때릴까 하다가 작은 불씨가 날라가서 산불날지 몰라 불은 안피우고 하늘만 봤다.
이 사진 안에 하얀 점들이 보일런지 모르겠지만.. 아.. 이 쏟아지는 별들. 단 5분을 보더라도 편도 두시간을 달려온 보람이 느껴지는 마음 가득해지는 풍요로움. 조만간 천체망원경도 하나 살지 모르겠다.
별만 보고 바로 가기 아까워 아침까지 조금 더 자다가 일출 보고 떠나기로 했다. 다음 날 오후 시프트라 집에는 그래도 오전 중에는 들어가야 했기에 일단 잠 좀 세 시간 더 자고 일출 시간 알람 맞춰 일어나 웅장한 일출 구경.
시간이 흐르며 일출의 태양이 블루마운틴 숲의 온 면적을 조금씩 밝게 비춰가는데.. 또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이 태양을 비단 우리 뿐만이 아니라 숲속의 모든 나무들, 새들, 곤충들도 반겼을 터. 밤에 도착하여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이곳은 이렇게 살아 숨쉬는 푸르고 상쾌한 대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캠핑이나 차박 같은 건 해본 적도 없고 흥미도 없어하던 아내가 이제는 어디 가자고 하면 더 좋아해서 짐부터 막 챙긴다. 한시간만에 준비해서 후딱 떠나는 건 이제 예삿일이 되었다. 이제 운전도 좀 시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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