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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g in AUS

17~180221 Carcoar dam 4일차~마지막날

by MJINAUS 2021. 6. 17.

Day 4, 5

아침 산책 하다 땅에 도넛모양의 신기한 구멍을 발견했다. 개미들이 돌아다니는 걸로 보아 개미굴이 분명한데 그 수가 많진 않고 무언가를 물고 나르는 대여섯 마리 정도만 눈에 띄었다. 개미들에게는 무서운 장면이었을지 모르지만 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뭘 나르나 살펴보니 모래를 한알씩 옮기는 것이 아닌가. 굴 안에서 모래 한 입 물어 밖으로 나와서 나름의 지정된 곳에 놔두고 다시 들어가 한 입 또 물어 바깥으로 나와 놔두고.. 이걸 반복하고 있는데 그 중 한마리는 모래를 나르지 않고 구멍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듯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마 물고 온 모래를 놔둬야 하는 위치를 다른 개미들에게 지시하는 듯 했다.

구멍은 개미가 한번에 한마리씩 들락날락 할 정도로 아주 작은데 저 많은 모래가 안에서 나왔다면 상당히 깊은 굴을 팠을거라 짐작된다. 모래를 한 알 한 알 물고 나르는 개미들을 보니 참 귀여워 보이면서도 조직을 위해 맹목적으로 끝없이 모래를 날랐을 개미들의 노력이 대단하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하필 차가 다니는 길에 저 굴을 만들어서 얼마 안 가 차가 밟고 지나가 굴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와이프가 저 굴을 다시 뚫어주자 했지만 난 이것 또한 저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그들이 감당하고 다시금 개척해야 할 몫이라 여겨 거절했다. 사실 이번 학습효과로 인해 다시금 차가 다니는 길에 애써 그런 굴을 파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침을 먹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데비 부부가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 데비와 조지는 오늘 이곳을 떠난다. 다음 장소는 서쪽으로 46km 떨어진 캠프그라운드.

차와 카라반을 다시 연결하고 이동을 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카라반을 주욱 살핀 후 라이트도 다시금 확인하고 차에서 내린 데비는 웃는 얼굴로 우리와 작별인사를 나누는 조지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예쁜 모습을 다시 카메라에 담고 싶어 포즈를 취해 달라하고 찰칵. 어차피 지나가는 나그네들의 여정이었기 때문에 함께 나눌 시간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있지 않았지만 뭐가 그리 아쉬웠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처음부터 그저 스쳐 지나갈 만남이란걸 서로 알았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기대 또는 불필요한 깊은 관심이나 선입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어서 더 좋았고 그래서 더 아쉬웠던 듯 하다.

 

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일상의 한 부분인데, 인생을 하나의 여행으로 본다면 만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지나친 기대와 바람보다는 그저 잠시 머물다 갈 사람이라 생각하여 사람에 대한 욕심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면 한다.

같이 일하는 주방 동료에게 이런 마음을 갖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스트레스 받고 힘들때마다 지금의 느낌과 생각을 되뇌며 버텨야겠다.

서로 깊은 포옹을 나누고 작별인사를 마치고 조지와 데비는 차를 몰고 이곳을 떠났다. 그들이 3년 후에 꼭 다시 돌아와 망고열매 열리는 걸 봤으면..

 

데비가 떠난 후 약 한 시간, 다른 장소에 잘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다고 문자가 왔다. 난 조지의 망고씨 옆에 타임캡슐을 심었다고 답장을 보냈다.

 

4년 후에 데비와 조지를 이곳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망고나무가 열매를 맺고 타임캡슐이 그대로 있는 걸 확인하는 서로의 기뻐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음 좋겠다.

아울러 4년 후엔 우리의 목표가 꼭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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