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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g in AUS

15~160221 Carcoar dam 2~3일차

by MJINAUS 2021. 6. 17.

Day 2~3

바람이 꽤나 분다. 풍속을 알아보니 14~16km/h,

강할때는 23km/h 까지. 가끔 큰 구름이 지나가며 살짝 햇빛을 가릴때도 있지만 비교적 화창하고 아마 지금도 흐리고 비가 내리고 있을 시드니쪽 보다 훨씬 괜찮은 날씨다.

이곳에서의 아침 산책은 참으로 고요하다. 캠핑 트레일러나 카라반이 대부분인데 얼마나 이곳에 오래 있었는지 모르는 이 사람들의 하루는 비교적 늦게 시작된다. 보통 10시나 11정도가 되어야 어닝 아래 마련해 놓은 의자에 앉아 햇빛과 산들바람 즐기기가 이들의 첫번째 일과다.

아침 산책 중 다양한 방식의 캠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려 8개의 물탱크가 설치된 트럭, 5개의 솔라 판넬, 야와 샤워실까지 설치해놓고 사는 사람도 있고 차 옆에 작은 어닝텐트로 바람을 막고 아늑한 공간을 마련한 사람도 있다. 모터홈이나 카라반이 대부분이지만 저렇게 차에 연결해서 햇빛을 가리고 바람을 차단한 어닝텐트가 마음에 든다.

 

바람을 얼마나 잘 차단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임을 실감했다.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불 줄은 예상 못했거니와 삼면이 오픈되어있는 내 가제보는 DIY하여 두 면을 추가로 막지 않으면 그저 임시로 설치하는 비치용으로 전락될 위기에 놓여있다. 와이프의 도움을 받아 가제보에 두 면 바람막이를 추가로 설치해야겠다.

 

저 멀리 오리 무리인가 싶었는데 오리 무리는 따로 있고 저건 펠리컨 무리.

 

 

 

어쨌든 바람때문에 텐트 팩을 좀 더 짱짱히 다시 박고 가제보 바람막이 면의 방향도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바꾸고 차로 또 다른 한 면을 막았다.

지난 달 Vinnies에서 주워온 커피 사인. 둘째날 우리 사이트에서 가까운곳에 스콜피온 럭셔리 카라반을 셋업하고 우리 텐트에 놀러 온 데비, 조지 부부는 커피를 파느냐고 물어왔다. 그 외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한 나그네들이 3명 더 있었다. 그들에게 시원한 아이스 믹스커피를 선사해주고 싶었지만 사업자도 없는데 영리활동을 할 순 없다며 와이프의 극구 반대.

 

카라반의 내부를 한번도 직접 보진 못했다. 데비는 그런 나의 마음과 눈빛을 읽었는지 카라반 내부로 나와 아내를 초대하여 구석구석 모든 것을 안내하고 설명해줬다. 주 에너지원은 태양열을 통한 전기와 별도로 설치한 가스 공급 시설. 집 한 채를 들고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이 카라반은 약 $70k의 가격대로 나름 몇개월은 불편함 없이 생활 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갖췄다. 에어컨부터 샤워실 화장실 티비 침대 부엌 테이블, 세탁기, 블루투스 라디오. 약 7세 때부터 카라반 생활을 경험했던 Debbie는 이 카라반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잘 알고 다루고 있다. 물탱크와 가스통의 위치, 배터리 상태 확인, 솔라판넬의 에너지 충전 시간 및 효율, 물탱크 연결 파이프, 배터리 암페어용량 등.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카라반을 사야 하는 이유가 늘어나고 있다. 데비의 자신의 분신과 같은 카라반의 설명이 끝났을 때 난 얼마를 더 벌어야 10년안에 카라반을 살 수 있나를 계산하고 있었다.

와이프는 말 안해도 항상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내가 별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안돼"라고 한다.

 

집 냉장고 구석에서 찾은 고형카레와 아침에 먹다 남은 스카치필렛 조각들은 심심할 수 있는 인스턴트 락사의 좋은 재료다.

 

해가 뉘엿뉘엿 떠올랐던 반대쪽으로 넘어갈때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느꼈던 상쾌함과는 다른, 나른하고 평온하면서도 살짝 적적함이 남는다.

 

 

저녁 메뉴는 폭립 소금구이와 어제 먹다남은 김치 소세지 볶음밥 그리고 와이프의 얼큰 어묵탕. 움직임이 둔해져 소화도 느리고 에너지 소비도 덜하여 배가 별로 안고프다가도 숯불에 고기 굽는 소리와 냄새가 나면 자연스레 화로 옆으로 오는 나의 아내.

 

오징어 역시 냉동실에서 일년동안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 굳이 깨워 버터발라 구워 드심. 은박지 속의 고구마와 감자는 도저히 배가 불러 못먹고 내일 아침식사 메인으로 결정.

Day 3

 

 

 

티본을 굽기 위해서는 숯불을 또 피워야 했다. 저 멀리서 작은 사각 오븐트레이에 뭔가를 가져오는 데비가 보인다. 데비와 조지의 카라반에서는 우리가 보인다.

데비가 가져온 것은 Damper. 호주의 전통적인 홈메이드 브레드다. 셀프라이징 플라워에 버터 소금, 보통 물 또는 우유를 넣어 반죽하지만 데비는 진저비어를 넣었다. 흔히 캠핑 오븐 즉 주물 냄비에 반죽을

넣고 뚜껑을 닫아 wood coal 열로 굽는 빵이다. 진저비어의 향긋함에 계속 손이 간다.

 

작년 말 이곳에서 우리를 반겨줬던 팸과 케이뜨는 없었다. 대신 이번엔 우리가 데비와 조지를 반겨줬다. 카라반을 셋업하고 아무 스스럼없이 우리에게 다가와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서로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한 번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감동과 감사를 느끼게 된다.

대장부 같은 데비는 뇌암으로 투병중인 조지를 데리고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이미 수술은 포기한 상태이고 자식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몇개월째 카라반 여행을 다니는 중이다. 지도를 보고 이동을 하며 머무는 곳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을 느끼고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이들이 택한 여정.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시한부 환자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조지의 표정은 우리로 하여금 슬픈 감정을 누르고 억지로라도 그를 바라보고 웃게 만들었다.

조지는 나의 큰 삽을 빌리고자 했다. 카라반 옆의 큰 도토리 나무 아래 망고 씨를 심기 위해서. 데비는 망고씨가 뿌리를 내리고 땅위로 올라와 열매를 맺기까지 3년 정도 걸릴거라고 얘기한다.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가제보가 날아가버리진 않을까 약간 초조한 마음에 우풍 심한 텐트 안에서 책을 읽다가 문득 조지의 망고씨 옆에 나도 뭘 뭍으면 좋을까 고민하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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