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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살기

물속을 헤엄치는 거북이

by MJINAUS 2022. 8. 5.

딱히 큰 걱정이 없는 때가 정말 행복할 때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소파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요즘 그렇다.

물론 고민이 없을리는 없다. 허나 그 고민의 정도가 깊지 않고 무엇보다 흐름 또는 기운(?)이 편안하고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마지막 단계 ENS DE 비자 어플리케이션 신청을 한 주 앞두고 있다. 모든 서류들을 법무사에게 전송했고 틈을 보이지 않기 위한 자잘한 확인 작업들을 메일을 교환해가며 진행중이다. 비자 신청 직종 관련 학위 이수 후 3년의 풀타임 경력 중 코비드로 인한 lockdown기간을 제하고 나니 8월 중순이 정확히 3년이다. 그게 다음주다. 비용 지불까지 마쳤으니 당분간은 통장에서 큰돈이 빠져나가 '텅'장이 되는 경우는 없을거라 믿는다.

회사는 늘 그렇듯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끊임없어 이젠 그러려니 한다. 헤드셰프의 거취마저도 불분명한 상태에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가 고민했지만 이 역시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밑그림은 그려놓은 상태. 실제로 우려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 마지않지만 혹 발생하더라도 모든것을 떠안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필요 이상의 돈은 내 인생을 갉아먹을 수 있다.

 

뭔가 하나의 일이 해결되려는 시기에 또 하나의 일을 만드는 버릇은 생을 다할 때 까지 반복될 것 같다. 얼마전에 디파짓을 건 프라도를 일정에 맞춰 픽업해왔다. 와이프는 무슨 차를 수퍼에서 죠리퐁 사먹듯 하냐고 무섭지도 않냐고 핀잔이지만 뭐 이것도 나름 노하우가 있고 기술인거다.ㅋㅋ 시기적절하게 Rav4도 원하는 금액으로 판매하고 오히려 차액이 남아 또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마침 쉬는날이라 고스포드 윗동네까지 가 픽업해 온 프라도를 자주가는 정비소에 가져가니 사장님도 허허 웃으며 재주도 좋다고 차 잘 골라왔다고 칭찬해주셨다. 집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심지어 작은 물건들도 다 그 주인될 사람과 궁합이 있다. 만나게 될 연은 결국 이어지게 되어 있다.

 

세금 환급, 인컴, 차량 매매 차액까지 열심히 모아모아 원자재와 Defensive sector에 골고루 씨를 뿌리고 있다. 결국은 더 바닥으로 추락할 나스닥의 일시적인 반등인가, 아니면 바이든의 말처럼 침체는 오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야 하는가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하루에도 몇 가지씩 터지는 이슈 하나하나를 변수로 받아들이는 건 정보 공해에 스트레스다. 인베스터는 무엇보다 매크로 환경을 읽는 감각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투자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또한 언제든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리밸런싱) 유연성을 갖추기 위해 세계 경제와 정세의 변화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 목표액에 약 50% 도달했는데 내후년 초 정도면 목표액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것 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ENTJ라 그런가ㅎㅎ 암튼 인생 후반전을 위한 새 직업을 갖기로 했다. 이걸로 그동안 고민이 참 많았지만 이제 결정했다. 경제개발 계획도 아닌 것이 준비기간이 약 4~5년 걸릴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20~25년, 최대 30년은 더 일 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투자다.

 

잊지 말자 내가 호주에 온 이유. 일시적인 편안함 마저 사치라고 오해했던 치열한 환경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던 과거.

짧디 짧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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