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는 소의 뼈와 살코기 Braising을 어떻게 하는가, 향신료를 얼마나 사용하는가에 따라 집집마다의 특색이 있다. 공통적으로 국물의 담백함과 목넘김이 충분하면서도 누린내가 나지 않아야 하고 끝까지 무겁지 않고 개운한 맛을 이어가는 게 맛있는 쌀국수다. 베트남 쌀국수 가게에서 일하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집에서 해먹는 것과 달리 업장에서는 많은 양의 설탕을 사용한다 하는데 본인도 식당에서 먹기가 좀 꺼려진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후부터는 국물이 좀 많이 달다 싶으면 주로 건더기만 먹고 그렇지 않고 깔끔하고 덜 달다 싶으면 국물까지 다 먹는다.
Pho Hung Vuong Saigon Restaurant
위 레스토랑은 상당히 높은 구글 평점(4.4)과 무려 천 개가 넘는 리뷰를 자랑하는 Footscray의 쌀국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시드니 외곽 Bankstown의 AN restaurant과 같이 엄청난 규모의 식당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지역에서는 인기있는 쌀국수집이다. 멜번 여행동안 두 군데의 쌀국수 집을 방문했는데 첫번째는 이 곳, 두번째는 PHO CHU THE라는 곳이다.
위 쌀국수는 Pho Hung Vuong Saigon Restaurant에서 주문한 Pho with rare beef and tripe. 우선 기름이 상당하고 국물의 간이 꽤 쎄다. 아래 소개할 PHO CHU THE의 국물과 비교했을 때 좀 더 westernised 된 느낌이다. Tripe의 양이 적어 실망했지만 그래도 내가 혼스비에서 자주 가는 쌀국수집보다 약 세배는 맛있었다.
PHO CHU THE
위 사진이 바로 PHO CHU THE인데 첫번째 간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사실 첫번째 쌀국수집을 찾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며 이목이 끌렸는데 여기를 갈까 거기를 갈까 고민하다 일단 리뷰가 많은 곳을 먼저 가보고 여긴 다음에 오자 해서 그 다음 날 찾은 것이다. 작은 규모에 나름 세련된 인테리어지만 메뉴 구성이 인색하다. 사이드 메뉴들이 없고 오로지 쌀국수와 몇개의 메인. 그리고 한가지 눈길을 끄는 메뉴가 있었는데 바로 Pho with Fat. Fat이라.. 당연히 소고기로 국물을 냈으니 소의 지방을 말하는 거겠지..?
일단 아래 사진부터..
내 쌀국수가 나와 테이블에 올려진 순간 아 내가 돈을 주고 소기름을 시켰구나..
돈을 주고 시켰으니 저 지방을 덜어내고 먹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말이다. 첫번째 쌀국수를 먹은 다음 날 찾아 간 곳인데 그 전 날 저녁에 과식을 해 배탈이 난 상태에서 저 소기름 쌀국수를 보니 그렇게 반갑게 느껴지진 않았다.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려 국물 한 모금 먹어보니 의외로 느끼하지 않았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확실히 기름이 떠 있지 않은 매우 담백하고 목넘김이 좋은 국물이었다. 간 또한 짜지 않게 적절했고 깊은 맛이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나서 저 Fat을 하나 입에 넣고 우물우물 해보니 세상에, 왜 지방맛이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다음으로 여섯번째의 맛으로써 확실히 자리잡게 되었는지 정확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등심을 지나가는 떡심같이 쫄깃하진 않고 약간 물컹한 식감(말그대로 소지방ㅠ)이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은 엄청난 고소함이 입안 전체를 감돈다. 포화지방산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고기의 지방은 늘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취급받는데 건강하지 않아도 좋다 이런 맛이라면. 뭐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내가 과연 이 가게의 주인이라면 저 메뉴를 리스트에 올릴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당연히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이 가게의 주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각지도 못한 맛의 즐거움과 함께 또 하나의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건 Bánh rán이라고 하는 베트남 딥프라이드 레드빈 참깨볼이다. 한국 재래시장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기름에 튀긴 참깨빵과 비슷한데 쫄깃한 식감이 최고다. -하지만 다섯개를 먹으니 조금 느끼하다.- 한국의 팥찰빵보다 팥이 좀 덜 차 있다. 식후 타로 밀크티와 함께 스낵으로 한 두 개정도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줄 서고 있는 반미집. 반미의 맛은 pate에 의해 그 수준이 정해진다고 굳게 믿고 있고 이미 그 면에서 검증된 시드니의 반미 맛집을 알기에 이곳은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며 사진만 남겼을 뿐인데 지금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중. 줄서서 먹는 식당은 다 이유가 있다. 저 가게만의 특별한 pate맛을 확인해 보지 않은 이상 그저 그럴 것이라고 속단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음 멜번 여행 시 반드시 찾아갈 곳 리스트에 올려놓음.
Footscray의 동네 시장은 어떤지 Footscray market에 들러 구경했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할 계획이지만 멜번에서 총 세군데의 마켓을 가봤는데(퀸빅토리아마켓, 사우스멜번마켓 그리고 풋츠크레이마켓), 복잡한 시드니의 플레밍턴 마켓이나 패디스마켓과 상당히 비교되었고 또 이런 시장을 가진 환경이 참 부러웠다. 점포 하나하나가 매우 깔끔하고 잘 정리정돈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무엇보다 판매자들의 활기넘치는 에너지와 상냥하고 친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채소, 과일, 고기, 생선이 신선해보였으며 위에 언급한 세 마켓마다 약간의 종류의 차이는 있지만 마켓내에서 타르트, 파이, aged meat, sausage, 커피, borek, 핫도그, 딥프라이드 치킨, 기타 스낵 등을 판매하는 점포들 역시 각 점포마다의 특색이 분명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인 품목 구성, 감각 있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로컬은 물론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Dukes Coffee
사람들은 멜번의 커피가 맛있다고 한다. 멜번에 살거나 혹은 멜번 여행을 다녀온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멜번 커피을 칭찬하니 참 궁금했다. 멜번에서는 어느 카페나 가도 커피가 맛있을까?
멜번의 주류 커피는 전통적으로 Robusta를 사용하는 이탈리아 커피와는 다르게 100% 아라비카 싱글 오리진을 사용하는 카페가 많고 나름의 독특하고도 최첨단의 sourcing, roasting, brewing 기술이 발전했다고 한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다년간 World barista champion을 배출하며 실력을 인정받으니 세계적으로 트렌드를 이끌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카페로써 멜번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실력있는 바리스타를 고용하게 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각지에서 경험이 많은 바리스타들이 멜번으로 모이게 되고 자연스레 멜번이라는 도시의 커피 수준이 높아지게 된 것 같다. 커피맛뿐 아니라 카페 디자인도 트렌디하고 감각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위 사진은 Dukes Coffee의 Double Espresso. 쓴 맛이라고 무조건 안좋은 맛은 아니다. 기분 좋은 쓴 맛이 있는데 예를 들면 다크 초콜릿의 쓴 맛, 잘 나온 에스프레소의 쓴맛도 그렇다. 크레마, 표면 주변에 살짝 올라온 거품까지 아주 괜찮은 더블에스프레소였다. 물론 이곳은 추천을 받아 간 곳이지만 이번에 경험한 바로는, 길을 걷다 내외관이 깔끔하고 인테리어가 트렌디한 느낌이 나면서 사람들 몇몇이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 카페를 발견한다면 그냥 따라 주문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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