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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g in AUS

13012022~15012022 Bents Basin Campground

by MJINAUS 2022. 1. 16.
텐트 옆 물웅덩이




지난 주에 이어 다시 한 번 3일 휴가. 일기예보를 통해 비가 올 줄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캠핑장을 예약했다. 혹시나 일기예보가 바뀌진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이니까. 어떤 때는 일기예보만 믿고 캠핑을 포기했던 적도 있었는데 참 억울하면서도 그런 날은 화창한 날씨가 더욱 화창하게 느껴진다. 이번엔 예약 전날까지 확인 또 확인해봐도 바뀌지 않자 반 체념하며 짐을 꾸렸다. 와이프는 내가 설득도 하기 전에 짜증이 난 듯 보였다.





근데 비가 와도 참 애매하게 온다. 아예 장맛비처럼 하늘에 구멍 난 듯 쏟아지면 어디 갈 엄두도 못냈겠지만 적당히 내리다 말다 하니 왠지 오기가 생겨 더 가고 싶게 만든다. 집에 있어 뭐하나. 넷플릭스나 보고 휴대폰이나 만지작 만지작 하다 하루 다 가지... 그럴바엔 나가서 고생 좀 하다 오자 라는 건 나만의 생각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같이 가는 사람은 분명 괴로웠을 듯.





이번 목적지는 혼스비에서 한시간 반 거리의 Bents Basin Campground.
두 시간, 세 시간 거리의 마음에 드는 캠핑장은 이미 찾아 놓았고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남짓 거리의 그나마 가까운 곳에 훌쩍 다녀올 곳을 찾다 발견한 곳이다. 이번 목적지가 가까워야 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온 콜 상태를 유지해야 했었기 때문. 코비드 확진으로 인원의 공백이 생기면 바로 뛰어가야 하니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대신 헤드셰프로부터 몇 번의 연락이 왔었고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곳이라 수시로 차를 몰고 캠핑장 밖으로 나갔다 돌아왔다 해야 했다. 텔스트라로 바꿔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된다. 지금 사용하는 콜스 모바일은 최근에 갔던 캠핑장에서 다 먹통이었다.


100day grain fed Rib eye 650g


구운 버섯과 피망




온갖 장비들과 음식 준비부터 집에 돌아와 정비를 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캠핑이다. 비오는 날의 그것은 특히 마지막 과정 -흙을 털어내고 깨끗이 씻은 다음 말려서 보관하기- 을 더욱 중요하고 가치있게 해준다. 사실 진흙 씻어내는 것도 고역이지만 그걸 싣고 온 차 트렁크 청소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가만 보면 한심하게도 더러워지면 씻어내고 또 더럽혔다 씻어내고 같은 행동의 반복인데 그 과정에서 잊을 수 없는 다양한 추억들이 쌓인다. 나만의 기억이 아닌 우리의 기억이 쌓인다.





캠핑장의 비는 분명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지만 이왕 찾아온 손님 하대해서 뭐하겠는가. 비가 오면 오는대로 의자에 앉아 따뜻한 인스턴트 커피 한 잔 즐기며 가제보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평안하고 차분하게 가라앉는 기분을 느낀다. 비오는 날의 캠핑 하면 텐트 설치, 정비의 불편함부터 떠오를 수 있지만 이런 우중캠핑의 '색다른 이면'은 의외의 매력이 있어 더욱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확실히 비오는 날 캠핑이 좋은 건 비가 내리는 그 때 만큼은 파리, 모기도 덜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물론 그치고 난 다음에는 두 배 세 배 더 나타나 미친듯이 괴롭히지만..


가성비 끝판왕 진짜 맛있는 칵테일. VOK Lime Mojito




호주에 살아서 그런지 편협한 사고에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고 사람, 사물의 이면 혹은 장점을 바라보는 것이 습관이 됐고 또 익숙해졌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는 본능적인 방어 기제 때문일까. 혹은 호주에서 경험하는 환경 및 사건들이 다양성을 배경으로 해서인가 싶기도 하다. 옆에서 항상 날 보는 와이프도 내가 많이 유순해졌다고 하는데 같이 사는 사람이 그렇다면 정말 그런거다. 근데 그럼 전에는 항상 날뛰는 xx라도 됐다는 얘긴가. 암튼 나쁜 얘긴 아니니 다행이다.

앞으로 2주는 헤드셰프의 휴가, 그 다음 2주는 내 휴가. 마땅한 휴가 계획이 떠오르지 않지만 Armidale은 꼭 다녀올 예정이다. 작년에 직장 옮긴다고 난리치며 큰 맘먹고 오퍼레터 하나 믿고 6시간을 달려 다녀왔던 곳. 세상에 이렇게 살고 싶은 동네가 다 있구나 하며 연이틀 동네방네 신나게 걸어 다녔던 그 곳. 그리고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 이직이 무산되고 계획이 틀어진 후에 "언젠가 와이프랑 꼭 다시 놀러올게요" 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사장님과의 약속을 이번에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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