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드니에 살기

큰 그림 보려고 노력하기

by MJINAUS 2021. 11. 22.

몇년동안 계속되어 온, 내 선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하여 두 손 두 발 들고 헤드셰프에게 조언을 구했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이미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고 일목요연함을 갖추지 못한 리포트는 자칫 투정으로 느껴질 수 도 있었겠지만 그는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마치 내가 얘기를 꺼낼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의 조언은 단순히 나를 달래거나 상황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 자체에 변화를 주는 뭔가 신선하고 유연한 그런 것이다. 내가 느끼는 이 키친의 문제를 그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지만 나의 최우선 과제인 이 문제는 그에게 최우선은 아니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끊이지 않는 모든 조직에서 관리자 역할의 인원은 소수로 정해져 있고 각 문제는 그들의 성향과 능력에 의해 우선순위가 정해지는데 각 유형의 문제에 기준점이 있고 그 선을 넘지 않는한 그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해결여부와는 별개로 그 문제들을 안고 가는 것의 득과 실은 분명히 계산되어야 한다.

한 곳만 뚫어져라 보거나 몸의 어느 곳에 생기는 통증에 집중하면 그것만 부각되어 보이거나 더 심하게 통증이 느껴지는 경험이 있을것이다.

내가 어떤 특정한 문제로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의도적으로 더 큰 그림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럼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그 문제는 오히려 문제가 아니게 되거나 혹은 지금 당장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손톱 거스러미 같은 정도의 작은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완벽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난 지금 사장도 아니고 헤드셰프도 아니니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