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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Diary

나가지 말고 같이 좀 버텨보자.

by MJINAUS 2021. 10. 12.

일주일에 40시간 모든 섹션을 커버할 수 있던, 그나마 가장 나은 퍼포먼스를 보였던 캐주얼 셰프 사이먼이 나간다는 소식을 어제 런치 서비스 이후 헤드셰프의 전화를 통해 듣게 되었다. 리오픈 첫날 trade가 어떤지, 다른 셰프들의 자세는 어떤지, 주간 예약 현황은 어떤지에 대해 나의 답을 들은 후 갑자기 bad news라며 내게 해준 얘기다. 평소에 늘 2차, 3차 플랜이 있고 모든 일에 철두철미 했던 그도 이번만은 꽤 데미지를 입은 느낌이다.

걱정했던대로 인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늘 그 수준까지는 미치지 않은 현실에 다행스러움을 느끼며 작은 여러 위기들을 잘 넘기며 달려왔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했고 그 최악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어찌보면 예상만 있었고 플랜B가 없었던 것인데 아직까지 우리의 경험으로는 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역부족이다.

리오픈 첫날 200명 가까운 예약이 있었다. 코비드 제한 안에서 업장최대수용인원을 채운 것인데 어찌어찌 한정된 인원으로 버티긴 했다. 주방일이 늘 그렇듯이 감당하기 어려운 듯한 근무량도 하다보면 가능하긴 하지만 이전과 다른 것은 앞으로의 인력충원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우가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근무환경 역시 괜찮은 편이라, 그래서 인력부족은 커녕 온콜 대기 인원이 있어 걱정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젠 남은 인원으로 일 주 이 주 커버하다보면 지칠 것이 분명하다. 워낙 이직이 잦은 업계라 한 두 명 또 대우가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며 회사를 그만두면 키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그렇다고 몸집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도 없다. 결국에는 전체 매출 감소를 예상하고 적은 인력으로 버티며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잠시 웅크리고 있다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지만 스몰 비지니스에 어울리는 전략일 뿐이지, 펑션 혹은 단체 예약의 비중이 상당한 로컬 비스트로의 전략에는 맞지 않는다. 주말 금, 토, 일 예약이 벌써 800명 정도 받은 상태다. 실내 수용 인원 제한이 풀리면 예약이 더 늘텐데 인력은 그대로니 참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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