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에 대해 나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여러번이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끌고가려 했다. 사람을 고치려고 한게 아니라 최대한 본인이 알아서 바뀌게끔, 왜 바뀌어야 되는지에 대한 필요성과 그 이유, 현재 분위기 특히 코로나 이후에 우리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보여줘야 할 퍼포먼스에 대해 수 없이 이야기했다. 세일즈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매출이 얼마가 나오든 관심없다. 그래서 적어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지금보다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에게 있어 현재 자리를 잃는 다는 건 그저 다른 자리를 찾아보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군가를 가르쳐야 할 위치에 있는 녀석이 아직도 어프렌티스가 들어야 하는 소리를 듣고 있는다는 사실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 도저히 팀플레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그저 집이나 사무실에서 저 혼자 일해야 하는, 그래서 옆에서 열심히 일하는 남들에게 쓸데없는 괴리감, 박탈감을 심어줄 필요가 없는 그런 환경에서 그는 혼자 일해야 한다.
헤드셰프인 스티브는 항상 결정을 내리기 전 충분한 정보를 수집한다. 오늘 나는 그와 한시간을 넘게 이야기했다. 늘 결정을 내리기 전 그의 최종 대화의 상대는 나다. 내 뜻이 그의 뜻과 맞으면 그에게 있어 힘든 결정이 그나마 수월해진다. 그리고 난 그의 결정에 도움을 줄만한 내 생각과 정보들을 제공했다.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어떻게든 시프트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열심히 일하는 캐주얼 셰프들을 비롯해, 헤드셰프부터 CDP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있고 코비드 이전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셰프들로 예전 매출을 회복한 이 와중에 목표도 없고 동기부여도 안되고 40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남의 눈치만 보고 일하러 와서 그저 시간만 때우는 그를 보면 속이 쓰리고 돌아버릴 것 같지만 그것 또한 그의 삶의 방식이기에 그것을 비난하고 싶진 않다.
한가지 확실한 것, 확실히 그가 이 팀에서 나가줘야 하는 이유는, 그는 팀으로 일하는 방식에 적합하지 않은 타입의 인간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난 지난 4년 동안 점점 더 게을러지고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던 사람과는 더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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