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녁 6시부터 마감까지 하는 시프트였다. 금요일 저녁은 항상 바쁘기 때문에 조금 일찍 가게에 들어간다. 약 20분정도..?
언제나처럼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Head Chef가 반갑게 인사하며 따라오라고 한다.
앞으로 4주치의 로스터가 나왔다. 일년 중 가장 바쁜 연말 시즌.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한달 전 부터 미리 셰프에게 나 일 많이 할 수 있어 라고 하며 언급을 해놨고 셰프는 나에게 로스터를 보여주려 부른 것이었다. 그릴, 프라이어, 그릴, 프라이어, 라더, 그릴, 프라이어... 약 35시간정도의 주당 시프트를 받았으며 이번 연말이 지나면 Pan section으로 바로 올려준다는 셰프의 추가 안내.
"기회를 줘서 고마워 솊. 열심히 할게."
주니어수쉡으로 일하던 다니엘이 내년 1월에 가게를 그만둔다. 진정한 셰프의 길로 가기 위해 시드니의 큰 회사로 자리를 옮긴다고 했고 이는 가게에 큰 변화를 일으킬 중대한 사건인 이유가... 그릴, 프라이, 팬, 피자, 라더 섹션의 모든 프렙을 관리하고 헤드솊과 수솊과 함께 오더를 관리하며 책임자로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의 직원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다니엘이 내년 1월에 떠날거야. 그 때 넌 Pan section으로 들어갈 거야."
"너무 이르지 않나요 솊?"
"너가 할 수 있을거라고 믿어. 도와줄게. 걱정마" 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실제 서비스시간엔 그릴을 맡은 셰프가 음식의 마지막 퀄리티 체크를 하고 서비스를 내보낸다. 프론트 서비스 직원들(웨이터, 웨이트리스)과 라더, 피자, 팬 섹션의 셰프들을 조율하면서 동시에 스테이크와 패티를 구우며 모든 오더를 진행하는데 이것이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일들이다. 이것이 완벽하게 익숙해지면 다음 순서인 Pan으로 날 보내준다 하는데 이건 뭐 일러도 너무 이른거 아닌가 하는 느낌에 참 많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암튼 헤드셰프와 수셰프가 동시에 도와준다고 하니...
내년 3월부터 Full-time 계약이 들어갈 계획이다. 우리 가게의 Full-time Staff는 총 다섯명이다. 모든 섹션의 음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프렙을 관리해야 하며 트레이닝을 시켜야하고 메뉴플래닝을 할 수 있어야 한다(우리 가게는 일주일마다 한번씩 섹션별로 스페셜 메뉴가 나온다). 다시 말하면 JRP(기술심사)에서 요구하는 딱 Chef de partie의 일을 할 줄 알아야 Full-time 계약을 할 수 있다. 업장마다 이 기준은 다르겠지만 이것은 우리 가게의 케이스이다. 그냥 뭔가 아주 정석대로이다.
요리로 영주권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오지잡에서 일을 하기로 마음먹으면서 가진 첫번째 목표가 일단은 살아남기, 두번째는 죽이되나 밥이되나 한 섹션 맡아서 버티기, 그리고 바로 세번째가 CDP가 되는 것이었는데... 조금만 더 버티고 땀 몇 리터만 흘리면 왠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Pan Section menu는 다음과 같다.
-Poached Ginger & Shallot Barramundi Fillet
-Tasmanian Salmon Fillet
-6hour Triple Cooked Pork Belly
-Moroccan Lamb Shanks
-Barramundi Taco Plate
-Prawn & Pesto Penne
-Seafood Risotto
-Togarashi Miso Ravioli
-Massaman Pulled Beef Gnocchi
-Chilli Jam Egg Noodles
-Beef Bourguignon Shepherd’s Pot Pie
-Meatballs & Spaghetti
살몬, 바라문디, 포크벨리, 머슬, 클램 등의 시푸드 등을 다루고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도 요리하게 된다.
새로운 섹션을 배우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해당 섹션의 프렙을 하면서 식재료를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다.
옷이 다 젖도록 불 앞에서 무아지경으로 요리하는 것도 나름 즐거운 일이지만, 정해진 시간안에 다양한 식재료를 신속하고 깔끔하게 다룬다는 것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식재료의 보관부터 사용까지의 기간, 프랩 방법, 오더량, 서플라이어 등 배울 것이 정말 정말 많다.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지 2년이 쪼끔 안됐다. 아직도 일을 들어가기 전에 긴장감에 사로잡혀 긴장하고 멍때리는 날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 이렇게 멋진 Hotel Bistro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진다.
늘 한결같이 말귀 못알아먹어도 몇번이고 똑같은 얘기하고, 쉴새없이 농담 건네고, 일상 궁금해하고, 남자끼리인데도 볼 때 마다 허그하고 그러는 동료들. 한 명 한 명 떠나갈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잘 적응할 수 있게 화 안내고 배려하고 하는 동료들을 보면 참 이런 곳도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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