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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g in AUS

20~220221 Molong Caravan park/Federal falls

by MJINAUS 2021. 6. 17.

렌트 재계약을 위해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하여 시드니로 돌아왔다. 어느새 이사온 지 1년 반이 지났다니. 코로나때문에 2020년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다. 어쨌든 시간은 부지런히 흘렀고 리차드와 약속한대로 계약서에 싸인하기 위해 와이프와 부동산을 찾아갔다. 일전에 요청한대로 렌트비 삭감이 적용되었고 1년에 $520을 아낄 수 있다는 소박한 감사함에 기분좋게 사인을 마친 나와 아내는 바로 다음 날 떠날 수 있게 재정비를 하였다.

자전거를 판 돈으로 새 비비큐 핏을 구매하였다. 로스에게서 받은 핏이 생각보다 크고 옆면에 구멍이 송송 나있어 불이 너무 세게 타오르는 단점을 보완해 줄 컴팩트하면서도 뚜껑이 있어 열을 가둬 오븐처럼 사용할 수 있는 녀석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버닝스에서 팔고 있었다. 한국에도 비슷한 휴대용 화로를 판매하던데 가격대도 비슷하고 나름 쓸만할 것 같아 구입하여 설레는 맘으로 트렁크에 실어놨다. 사은품은 와이프의 매타작과 잔소리.

 

 

목적지는 Federal campground. 2박 3일 그리고 4km코스의 Federal falls walk track과 Federal fall 구경하기.

Mount Canobolas state conservation area에 위치한 Grade3(꽤 쉬운코스), 1시간 반~2시간 코스의 워킹 트랙이다.

호주의 트래킹 그레이딩 시스템 Australian Walking Track Grading System (AWTGS)

NSW national parks 웹사이트에 들어가 캠프그라운드 예약을 하고 바로 출발. 시드니에서 4시간 거리에 있다. 오렌지보다 아주 약간 더 가야한다.

가면서 먹을 꼬마주먹밥과 삶은 달걀이 나름 별미였다. 전에는 어디 여행갈 때마다 와이프가 달걀을 삶는 등 부산하게 뭔가 만들고 준비할 때 그냥 맥도날드나 이런데서 뭐 사먹지 뭘 그런걸 준비하냐고 투덜댔지만 지금은 와이프가 장모님의 참 좋은 점을 배웠구나 싶다. 전날 한인마트에서 산 청포도 캔디와 통아몬드는 몇년만에 먹어보는지도 모를 정도로 오랜만이지만 운전할 때 쩝쩝 먹으니 넘나 맛있다.

 

 

쉬지 않고 달려 오렌지를 넘어가 목적지에 이르기 약 20키로 전쯤에 큰 호수가 나왔다. 주변엔 온통 포도농장의 와이너리가 펼쳐져 있고 이렇게 평화로운 호숫가라니, 시드니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아가듯 오렌지나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물놀이 하고 싶을 때 이곳에 자주 오지 않을까 싶다. 꽤 많은 가족들이 음식도 싸오고 바베큐도 하고 아이들은 물놀이하느라 씐나.

 

간단히 커피한잔 하고 바로 목적지를 향해 출발, 또 다시 여러 와이너리를 지나 산으로 진입하여 해발 1,300m에 위치한 캠프그라운드에 도착했는데 너무 당황스러워 사진도 별로 못찍고 순간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내가 생각한 이 캠핑장은 적어도 물은 나와야 하는데, 이럴수가 물이 없는 곳이었다. 심지에 화장실에도 탭이 없다. 변기만 있다. 바베큐는 토탈 파이어 밴이어서 불도 못피우고. 이곳은 정말 잠깐 쉬어가는 휴식터 일 뿐 단 하루 조차 머물기 힘든 곳이다. 워킹 트랙 출발지여서 마침 잘 됐다 싶어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정했는데 시설의 불편함은 둘째치고 와이프의 잔소리가 두려워 서둘러 폰을 켰는데 인터넷도 잘 안돼!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며 겨우 접속에 성공했다. 가장 가까운 카라반 파크를 알아보니 여기서 40키로. 바로 전화해서 사이트 남았냐고, 한시간 안에 간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니 사이트 남아있다고 어서 오란다. 살았다. 뛰어난 임기응변에 속으로 자랑스러워하며 겉으로는 와이프를 안심시키고 설득하여 카라반파크로 신속히 이동한다. 오 하느님, 하루 23불에 넓은 공간, 깨끗한 화장실, 따뜻한 물 샤워, 바베큐 시설, 설겆이 싱크, 세탁기, 드라이어 없는게 없구나.

바로 텐트치고 떡볶이 만들기!

 

아주 오래된 동네다. 주변에는 한두개의 펍이 있고, 100년 이상은 됐을 법한 단층 건물들에 동네에 털보 할아버지들도 많고 그저 시골의 한적하고 깨끗한 동네에 있는 카라반 파크다. 한 8대 정도의 카라반이 있고 3~4개의 캐빈, 그리고 잠시 머물다 갈 여행객들을 위한 언파워드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잠시 계산을 해본다. 파워드 사이트는 하루에 26불. 일주일에 182불. 샤워, 세탁기, 식수 다 있고 카라반만 가져온다면 꽤 살만하겠는데 이거...? 저기 카라반을 가져온 사람들은 여기 얼마나 오래 있었을까. 적어도 이정도 시설이면 비용면에서 꽤 살기 괜찮은데.. 은근슬쩍 와이프에게 물어보니 너무너무 좋다고 한다. 우리 확 카라반 사서 돌아다니면서 카라반 생활 함 해볼까? 하니 의외로 그래 그러자!라고 한다.

 

 

새로산 비비큐 핏에 차콜을 이용하여 포터하우스와 버섯을 굽고 오이스터베이 한잔 기울이다 문득 휴가가 반이나 지나갔음을 느꼈다. 반이나? 반밖에? 당장 내일 모레 일터로 돌아간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신나게 놀았고 많은 걸 느꼈고 와이프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또 앞으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직 휴가가 반이나 더 남았다니 집이 아닌 밖에서 자는 이런 민달팽이 처지에도 이렇게 마음이 여유롭고 풍요로울 수 있구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목표가 분명하다면 실제로 카라반을 집삼아 이런 생활을 하는 것도 못할 것 없지 않을까 싶다.

 

 

Brisa hiker95 scandi grind 12c27 steel. 요리용으로 쓸거라 flat으로 사야 했는데 후회된다.

 

Brioche bun에 와규패티 버거. Carcoar보다 바람이 덜 불어 비교적 조용하고 편안히 잘 수 있었다. 둘째 날 일정은 Federal campground에서 시작하는 4km 트래킹.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쉬운 코스다. 날이 좀 더웠긴 했지만 나무 숲 그늘 덕에 비교적 땀을 덜 흘렸다. 반환점에 작은 폭포가 있는데 이름이 Federal falls. 와이프는 생각보다 작은 폭포 크기에 약간 실망했지만 시원한 동굴이 또한 재밌는 구경거리였다. 폭포 아래 바위에 앉아서 가방에 싸 온 고구마와 베지마이트 빵, 그리고 물을 마시고 바로 출발지로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가는 길은 올때와는 다른 코스다. 내려올 때보다 조금 더 완만한 경사였는데 와이프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 쉽사리 앞으로 걸어나가지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 분명 출발전에 트래킹은 살면서 나보다 훨씬 많이 했다고 허세를 부렸지만 날이 너무 더웠는지 아니면 배가 고파서인지 지팡이로 삼을 나무를 구해오라며 야생동물들 놀라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사람이 지나갈때마다 카운팅이 된다. 나무 수액인 줄 알았다. 신기해서 이렇게 저렇게 손대고 만지작거리다 4번이 더 카운트됐다.

 

카라반파크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개운하게 샤워하고 동네 한바퀴 마실돌았다. 우체국과 은행건물이 참 인상깊다. 오래된 기존 건물이라도 구조를 보존하고 잘 살려 브랜치를 입점시켰다. 아마 이곳엔 젊은이들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 시골처럼 말이다. 작은 학교가 두 개 있고 동네에 수영장이 하나 있다. 주말이라 그런지 펍에 털보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고 대부분의 상점이 닫힌 상태인 거리는 너무도 한산하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 농장일만 하며 한번도 지역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사람들은 나같은 동양인도 처음 보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추억의국민학교떡볶이+라면사리+버섯+치즈크랭스키

 

 

2박 3일의 일정은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고 매우 아쉬웠다. 휴가의 끝이 다가오고 있어서도 그렇고 이 한적한 동네의 카라반파크가 의외로 편안하고 마음에 들어서도 그랬다. 하루 더 머물다 가기엔 체력적인 부담이, 그리고 재정비와 업무 복귀를 위한 준비들이 필요했기에 분명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외진 작은 동네에 이정도 컨디션의 카라반파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의외의 소득이다.

돌아가는 차 안의 짐은 처음보다 훨씬 가볍다. 4시간 거리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왔다 갔다 한다. 비오고 구름끼는 시드니의 날씨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오렌지 지역의 날씨를 먼저 확인하자. Bathurst를 넘어가면 일단 날씨가 다르다. 난 늘 사람 별로 몰리지 않는 외진곳의 캠핑을 선호하기에 다음에도 시드니에서 최소 3시간 이상 넘어가는 지역을 찾아봐야겠다. 오렌지 주변 Dam에 괜찮은 곳이 몇 군데 있고 그 위 혹은 아래쪽 Cowra쪽도 다음엔 한 번 도전해봐야지.

돌아오는 길 운전을 하며 카라반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카라반, 집, 비지니스.. 무엇을 먼저 시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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