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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살기

Kaymak, Johnny

by MJINAUS 2023. 2. 18.

약 1년전부터 시드니에서 카이막 만들어 파는 가게 없냐고 Johnny에게 물어봤다. 드디어 그가 한 가게를 찾아 쉬는날에 나 먹으라고 카이막을 사왔다. 오 조니 감동!
주변사람중에 카이막을 찾는 사람을 처음 본다고 했다. 숨겨진 전통적인 음식이라 오히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도 백종원 아저씨가 아니었음 평생 모르고 지나갔을 음식.

조니는 30년 전 튀르키예에서 호주로 왔다. 같이 일한지 6년이 된 동료 셰프다. 나보다 15년은 형이지만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서로 정신적인 위로가 많이 되는 친구다. 나보다 먼저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 그는 내가 이 회사에 온 후 갖가지 일로 많이 힘들어 할 때 창고에서 -넌 좋은 셰프가 될 수 있어-라고 몇번이고 용기를 준 것을 가슴 깊이 기억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연령대의 동료들이 있는 조직이라 세대간의 갈등도 피할 수 없지만 젊은 친구들과의 트러블에 늘 웃으며 지혜를 발휘하는 그를 보며 인내심을 배운다.

백종원 아저씨가 방송에서 소개했던대로 조니 역시 카이막엔 꿀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고. 키친을 클로징하고 홀에 혼자 남아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카이막을 꺼내 Pure honey를 붓고 한 술 떠먹으니 아 이것이 카이막이구나. 솔잎향이 살짝 나는 Pine honey가 이 카이막과는 베스트궁합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일반 꿀은 너무 달아 좀 물리긴 한다. 그래도 유단백의 고소함과 크리미한 식감은 정말 예술이다.


Johnny는 지난 주 3일을 쉬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지인들이 있어 많이 불안해 한다. 업장에 복귀하는 날 함께 일했지만 그 날 마저도 싱글 시프트 이후 양해를 구하고 집에 일찍 들어갔다. 돌아가기 전 잠시 꼬옥 안아주고 휴일이 더 필요하면 언제든 요청하라 했다.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은 현재 진행중이다. 참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동안 사소한 일로 늘 티격태격하는 이 주방의 일이 다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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