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헤드셰프가 나가고 새 헤드셰프가 왔다. 한달 남짓 공백기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좀 정리되는 듯 하다. 확실히 이전과 다른 성향의 셰프라 서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 분명 있지만 아니 꽤나 많지만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그는 그의 할일(Head)을 하고 나는 나의 할일(Sous)을 한다. 개인의 영역과 책임이 분명하고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외국인들과 일하며 느끼는 장점 중 하나다. 물론 각자가 프로페셔널하게 일할 자세를 갖췄을 때 말이다. 일하는 방식은 이전 셰프에 비해 꽤나 잘 맞는 것 같다. 일하러 와서는 오직 일만.
staff detail과 work availability, supplier detail 및 ordering 방식과 담당자 detail, 최근 3개월 purchaing history, labour cost ratio,
진행중에 있는(하지만 늘 딜레이 되거나 도중에 붕 떠버린.. )kitchen maintenance, 냉장룸, 냉동룸, dry goods, chemical, 창고의 모든 재료에 대한 par level 안내와 최근 6개월 cleaning 및 pest control 현황, Function organising 및 관련 hotel policy 등 하나하나 알려주고 피드백받고 새 헤드셰프의 의견이 반영된 새로운 룰을 만들고 이것저것 하니 2주가 금방 지나갔다. 이전 헤드셰프가 FSS cert를 가져가버려 내 것을 찾아보니 이미 5년이 지나 갱신이 필요해 $150을 내고 다시 취득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일을 꽤 즐기고 있구나 싶다. 하하. 38-40시간, 주 5일 근무에서 4일 근무로 바뀌었다. 하루에 10시간씩 4일을 연속으로 일하면 물론 힘들겠지만 매주 3일 연이은 데이오프는 참으로 달콤한 유혹이라 헤드셰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쉴 때마다 외곽으로 2박 3일 놀다 오기도 좋고. 주당 근무시간이 동일하다는 조건이라면 새로운 패턴에도 큰 무리없이 적응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주말은 토 일이 아니고 주중이다. 수목금 아니면 목금토. 그리고 내 주말 아침은 늘 빨래로 시작한다. 마치 의식과 같다. 지난주까지 쉬는 날마다 꿉꿉해서 불만이 가득했는데 이번주는 날씨도 좋고 건조하다. 화창한 날씨엔 빨래의 즐거움이 두배다. 기름 때 많은 유니폼 따로 한 번 돌리고 일반 외출복이나 밀린 수건이나 속옷은 또 따로. 오늘 아침 빨래를 널기 전에 이미 마른 빨래를 개는데 어렸을 때 문득 엄마가 빨래 개라고 하는게 너무 싫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철없는 어릴적 그 때는 집안일이란 건 내 몫이 아닌 줄 알았다. 꾸역꾸역 하면서 설거지와 빨래 개는 건 결국 내 일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그때는 그렇게 싫었던 일이 지금은 또 소소한 삶의 즐거움으로 남아있다. 빨래와 설거지를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걸 보면 좀 웃기기도 하다.
어긋낫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우습게도 불과 한달만에. 결국엔 시간이 다 해결해 줄 일인데 그렇게 세상 무너질것처럼 허우적대고 발버둥 쳤던 것도 다 무슨 소용이었나 싶다. 부디 감정의 기복이 없는 평화로운 이 분위기가 잘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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