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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살기

맛의 기억

by MJINAUS 2021. 12. 30.

김밥은 썰지 않고 호일에 싸서 조금씩 벗기며 양 볼이 빵빵해지도록 우걱우걱 먹어야 제맛이다. 초등학교 소풍 때 늘 그렇게 먹었는데 오늘따라 엄마의 돼지목살간장제육김밥이 생각나 냉동실에 있는 삼겹살을 녹였다.

*Sauce
100ml soy
1Tbsp castor sugar
1Tbsp maggi seasoning
1Tbsp plum syrup
1tsp sesame oil
a pinch of chilli flake


삼겹살을 먼저 잘 익혀주고 소스를 부은 다음 남은 열로 고기와 잘 버무려 준다. 끈적끈적 고기에 소스가 잘 코팅이 되면 끝. 채 썬 양배추+마요네즈 믹스를 깔아주고 고기 넣고 돌돌 말아 김밥. 맛은 있긴 한데..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엄마가 만들어 준 그 때 그 맛이 날 리가 없다.

맛의 기억은 시공간의 기억과 같다. 형과 자주 먹었던 재래시장 순대국밥과 깍두기, 회사 사람들과 백두대간 타다 먹은 김치 육개장 사발면, 연차 내고 잠시 한국에 들어가 가족과 속초에서 먹은 성게알물회, 처가댁 식구들과 동해에서 먹은 홍게찜, 지금은 사라진 혼자 자주 배달시켜먹던 xx돼지곱창, 친구 병문안 갈 때 싸가려고 포장했다가 가게를 나서기도 전에 그자리에서 다 먹어 버린 와와닭발, 가격에 비해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였는지 1년도 채 안되어 문을 닫은 스시현. 이렇듯 기억에 남는 맛있는 음식들은 언제 어디서 먹었는지 15년이 지나도 생생히 기억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그 중 단연 김밥이다. 종류를 불문한 모든 김밥을 좋아한다. 한 때 전국 수백개의 가맹점을 거느릴 정도의 인기였던 이경규 압구정 김밥의 샐러드 김밥은 첫 경험에 '세상에..' 충격을 받으며 먹었고, 김밥천국의 한 줄 천원 야채김밥은 늘 다섯줄이 한끼였는데 왜냐면 보통 다른 식당에 가면 한 끼가 그정도 가격이니까. 이민준비를 앞두고 혼자 제주도에 배낭여행하며 먹은 유명하다는 김밥집에서는 이게 왜 유명하지 하면서 그 자리에서 세 줄을 먹고 나왔고 와이프가 연애 때 만들어준 김밥은 다 먹고 나니 4인분이었단다.

허나 요즘 위장상태가 안좋은데.. 소화기능이 떨어진다는 건 음식과 관련된, 특히 맛에 대한 기억과 추억의 저장 능력 감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도 잘 먹고 잘 소화시키려면 지금부터라도 꼭꼭 오래 씹어먹는 습관과 식사 도중 물 안마시기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꾸 지키지 못해 아내에게 등짝을 맞기 일쑤지만 머리와 가슴으로, 맛으로, 몸으로 다양한 감각으로 좋은 기억들을 오래 간직하려면 말을 들어야...

1미터가 약간 안되는 이런 녀석이 눈앞에서 지나간다면..


지난주에 이어 다시 한 번 3일 휴가를 받고 날도 좋은데 뭐할까 하다 급 김밥 말아 근 1년만에 찾아 온 보빈헤드 포인트. 멀리 캠핑을 못갈 때는 혼스비 근처에 이 곳 만한 곳도 없지. 근데 저런 왕도마뱀을 만난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자체에 독을 갖고 있지 않아도 물렸을 때 입속에 있던 살모넬라 균 같은 박테리아가 상처부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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