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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살기

ENTJ

by MJINAUS 2021. 10. 1.

AZ 백신 2차 접종 완료.
부작용인지 윗배가 불룩 나오며 소화불량이 왔다. 숨을 못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돌덩이 하나가 얹혀있는 느낌이다. 요즘 꽤나 좋지 않은 위장을 다스리려 아침 저녁으로 애용하는 있는 생강꿀차를 한 잔 타서 마시니 좀 나아진 듯 하다.


카츠동, 아게다시토푸, 부추무침 외 밑반찬들.


차 한 잔 마시며 무심결에 유투브로 어제 날짜 KBS 뉴스를 봤다. 몇년만에 보는 한국 뉴스인가 광고 조차 신기하고 흥미롭게 보던 것도 잠시, 꾸역 꾸역 소식들을 억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변한 것 하나 없는 네거티브로 얼룩진 대선 경선 레이스며 고위공직자 비리, 음주운전 혹은 전자발찌 풀고 도주 같은 반복되는 사건사고가 너무 많고 뭐가 그냥 너무도 복잡하다. 부동산 정책, 복지정책 변경, 세법 변경, 대북정책, 1시간 짜리 뉴스를 본 것 뿐인데 마치 모범적인 사회구성원이 되어 모든 내용을 알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진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던 뉴스들이 지금은 체기가 느껴질 정도로 과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자신을 바보로 느끼게 할 정도로 단순한 주변 환경과 그에 적응한 지금 내 삶의 색깔 때문이다.



오물오물오믈렛. 버섯, 베이컨, 모짜렐라, 시금치가 안에 들어있음.



어느 사회가 좋다 나쁘다의 구분이 아니다. 내가 어느 사회에 잘 맞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24시간 다이나믹하고 흥미로운 것으로 가득했던, 혹은 기나긴 밤 술안주가 되기에 충분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넘치는 한국 사회 안에서 적응은 물론이거니와 기회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엔 내 역량과 능력이 부족함을 깨달은 순간에 이민을 결심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성향을 조금 더 일찍 파악하려 노력했어야 함을 깨닫는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환경에 순응만 하려 했던 시간들에 대한 후회가 남아 있기도 하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나도 고개를 숙이니 내 두 발이 보이고, 비록 짧은 인생이지만 어떤 발자취를 남겨왔고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게 될 지 밑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거기에 색깔을 입히는 건 내가 하기 나름이겠지만.






Carrara 640 wagyu. 구매처는 울월스 부처 섹션. 포터하우스 대략 1키로 구매해서 비비큐 사이즈로 결따라 슬라이스해서 구워먹으니 한인정육점의 그것보다 퀄리티가 훨씬 낫다. 한인 정육점 와규는 너무 비싸다. 어떤 부위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키로에 100불을 훌쩍 뛰어넘어 160불 짜리도 봤다. 아마 최고급 부위일 듯 하지만 그래도 저 가격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키로에 60불이면 포터하우스만의 식감과 풍미, 게다가 와규인것까지 감안했을때 돈이 아깝지 않다. 앞으로 와규는 무조건 울월스다.


안그래도 단순했던 일상이 락다운으로 더 단순해져 멍때리기 대회에 매일같이 참가하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이제 다시 직장으로 복귀한다는 사실에 살짝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감정으로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할까. 다들 예전처럼 열정적일 수 있을까. 나도 예전과 같이 음식에 열정적일 수 있을까. 실은 더 재미있는 일들을 발견했기에 아마 그러긴 어려울 듯 싶다.




(Turkish bread에 crumbed chicken breast, 얼마전에 남아있는 재료 긁어모아 만든 Bolognese 얹어준 후 모짜렐라에 oregano와 pepper 솔솔 뿌려 토스트)




나이를 먹을 수록 어째 호기심이 많아진다. 살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없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지금도 해보고 싶은게 참 많으니 좋긴 좋다. 뭐라도 자꾸 생각하고 움직이게 해주니까.




이번엔 또 무슨 계획을 세워볼까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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