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과거의 어느 순간이 갑자기 생각날 때가 있다. 그리운 때도 있는 반면 기억하기 싫은 순간도 있다. 그런 순간들이 떠오르는 건 딱히 이유가 없다. 그냥 무의식속에 깊게 자리 잡았나 보다.
13~14년 전 교환학생 시절이 요즘 꽤 자주 꿈에 나온다. 많이도 그리운 시절이다. 꿈에서 나타나는 勝浦의 모습은 기억 그대로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그곳에 대한 내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서 인 듯 하다.
어제 밤에 잠이 안와 혹시 구글 로드맵으로 가보면 어떨까 싶어 찾아가봤다. 그런데 정말 하나도 안변했다. 2020년도에 촬영한 로드뷰인데 13년이 지났는데 똑같아. 길바닥에 앉아 삼각김밥을 먹던 세븐일레븐, 인생 카라아게를 팔던 캠퍼스 앞 오래되고 낡은 정식집 ビックベアー, 내가 머물던 외국인기숙사, 학생들 오토바이 주차장, 식료품을 사던 ハヤシ도.
藤田さん、中山さん、石井さん 외국인 기숙사 행정실 직원들 이름도 기억이 난다. 다들 그대로 있을지 참 궁금하다. 왠지 변하지 않은 도로나 건물들처럼 그 분들도 그대로 있을 것 같다.
ハヤシ에서 주로 사던 식료품은 우삼겹, 종류별 낫또, 채소, 컵라면, 봉지라면, 야끼소바빵, 음료수, 버섯.
특히 나또는 세 개 또는 네 개가 한 세트로 30~50엔 정도 했었던가.. 꽤 저렴해서 거의 주식으로 먹었다. 양파도 찹찹, 간장소스, 날계란에 낫또 넣고 비벼먹으면 세상 미끈덩함의 집약체다. 먹어본 자만이 안다. 마약과도 같은 그 맛.
가까운 미래에 기술이 더 발달하여 가상현실 그래픽이 실제처럼 구현 가능하다면 꽤나 재밌을 것 같다. 물론 뇌가 그것을 현실로 착각할 정도로 섬세함이 발달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도 설레겠지만 기억속의 장소를 찾아가 그 시공간을 느끼는 일은 설렘에 더해 가슴 뭉클함까지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서, 봤던 영화나 드라마를 또 보거나 듣던 음악만 계속 듣는 것과 같은 맥락일까.
작년에 지인으로부터 카츠우라의 어느 호텔이 코로나환자 격리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 조깅하며 자주 지나치던 三日月ホテル이 아닐까 싶다. 지구상 어느곳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할 곳이 없구나 서글퍼진다.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더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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