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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살기

その時が懐かしいな。勝浦。

by MJINAUS 2021. 9. 13.


가끔 과거의 어느 순간이 갑자기 생각날 때가 있다. 그리운 때도 있는 반면 기억하기 싫은 순간도 있다. 그런 순간들이 떠오르는 건 딱히 이유가 없다. 그냥 무의식속에 깊게 자리 잡았나 보다.

13~14년 전 교환학생 시절이 요즘 꽤 자주 꿈에 나온다. 많이도 그리운 시절이다. 꿈에서 나타나는 勝浦의 모습은 기억 그대로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그곳에 대한 내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서 인 듯 하다.

어제 밤에 잠이 안와 혹시 구글 로드맵으로 가보면 어떨까 싶어 찾아가봤다. 그런데 정말 하나도 안변했다. 2020년도에 촬영한 로드뷰인데 13년이 지났는데 똑같아. 길바닥에 앉아 삼각김밥을 먹던 세븐일레븐, 인생 카라아게를 팔던 캠퍼스 앞 오래되고 낡은 정식집 ビックベアー, 내가 머물던 외국인기숙사, 학생들 오토바이 주차장, 식료품을 사던 ハヤシ도.

藤田さん、中山さん、石井さん 외국인 기숙사 행정실 직원들 이름도 기억이 난다. 다들 그대로 있을지 참 궁금하다. 왠지 변하지 않은 도로나 건물들처럼 그 분들도 그대로 있을 것 같다.



세븐일레븐. 온갖종류의 벤또와 삼각김밥. 아이스크림. 야끼소바컵라면. 낫또.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서 당시 일하던 학생에게 시급이 얼마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750엔이었던가.



勝浦역에서 학교 올라오다보면 편의점 지나 이 오토바이 판매점을 꼭 지나치게 된다. 하나 사고 싶었지만 당시 유학생은 오토바이 또는 차 운전이 규칙상 불가능했다.



빅베어의 から揚げ는 통후추가 박혀있는데 아직까지 이곳의 카라아게를 능가하는 맛을 찾지 못했다. 추억까지 담은 맛이었기 때문일까?



이길로 주욱 올라가면 캠퍼스. 구글 로드뷰로 보는데 내가 직접 찍은 사진같다. 지금 저기 서 있는 느낌이다.



학생들 오토바이 주차장. 양말처럼 생긴 일본 지도의 뒤꿈치 끝자락에 위치한 千葉県勝浦市의 国際武道大学학생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로 통학한다. 아주 극소수는 자전거 혹은 자동차.



우와. 구글맵이 캠퍼스 교내까지 들어온다. 외국인 교환학생 회관 및 기숙사로 사용했던 松前記念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왠지 후지타상이 나와 인사할 것 같다.



저기 난간에 매달려 턱걸이도 하고..


뒤 벽에 대고 공도 차고.. (후지타상은 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내게 말했었다) 내진설계된 건물이라 튼튼하다. 좀 교도소 같이 생기기도 했네 지금보니. 뒷건물 2층 왼쪽에서 세번째가 내 방 복도 창문. 방에서 귀신 본 기억도 난다.



일본식 전통 건물의 형태로 지어진 커다란 위용을 자랑하는 유도장과 검도장이 있는 건물. 교내에서 가장 멋진 건물이 아닐까싶다. 가장 자주 드나들던 곳.



国際武道大学 정문. 학교 설립자 松前先生의 동상이 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마치 용 같다.



다른과에서 박사과정 중 연수오신 교수님의 연구실이 있던 건물. 별 이유없이 자주들락날락.



학교 뒤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두 갈래 길 중 오른쪽으로 가면 朝市가 열리는 어촌마을방향의 내 조깅코스, 왼쪽으로 가면 이 내리막길이 나오는데 시내로 가는 길.



의식의 흐름대로 길을 따라 터널 지나 조금 더 가니 하야시가 나왔다. 진짜 이것까지 그대로라니. 적어도 뭔가 좀 업그레이드가 되거나 페인트라도 덧칠했을까 싶었는데 너무나 정겹게 그대로다.



ハヤシ에서 주로 사던 식료품은 우삼겹, 종류별 낫또, 채소, 컵라면, 봉지라면, 야끼소바빵, 음료수, 버섯.
특히 나또는 세 개 또는 네 개가 한 세트로 30~50엔 정도 했었던가.. 꽤 저렴해서 거의 주식으로 먹었다. 양파도 찹찹, 간장소스, 날계란에 낫또 넣고 비벼먹으면 세상 미끈덩함의 집약체다. 먹어본 자만이 안다. 마약과도 같은 그 맛.



세븐일레븐 홈페이지에서 낫또 검색


80엔정도 한다. 시드니에서 살 수 있는 가격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한 편이다.



가까운 미래에 기술이 더 발달하여 가상현실 그래픽이 실제처럼 구현 가능하다면 꽤나 재밌을 것 같다. 물론 뇌가 그것을 현실로 착각할 정도로 섬세함이 발달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도 설레겠지만 기억속의 장소를 찾아가 그 시공간을 느끼는 일은 설렘에 더해 가슴 뭉클함까지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서, 봤던 영화나 드라마를 또 보거나 듣던 음악만 계속 듣는 것과 같은 맥락일까.

작년에 지인으로부터 카츠우라의 어느 호텔이 코로나환자 격리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 조깅하며 자주 지나치던 三日月ホテル이 아닐까 싶다. 지구상 어느곳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할 곳이 없구나 서글퍼진다.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더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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