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만에 다시 스시휴를 다녀왔다.
네 번째인가..? 갈 때마다 아 너무 멀다 아 담엔 안가야지 하면서도 휴일에 맞춰 어느덧 내 발걸음은 잉글번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단순히 일식이 땡겨 밥을 먹으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준석이도 보고 민정이 누나도 보고 가게 구경도 하고 센터 구경도 하고.. 세 네 달에 한 번 한가할 때 다녀오면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기분 좋은 뭔가가 남는 그런 곳이다.
오픈한 지 일년이 지난 가게는 점점 좋아지고 있어 보인다. 변화가 뚜렷하고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장인 준석이, 직원들도 모두 즐거워 보이고 추구하는 음식의 색깔과 퀄리티, 서비스 질도 한결같이 훌륭하다.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까이 두고 보면서 준석이는 늘 대견하고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센터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동남아시아 누들 전문점과 버거집이 하나씩 생겼는데 장사들이 꽤나 잘 되고 있는 듯 보인다.
준석이 바로 옆가게에 키오스크 카페도 하나 들어왔는데 센터 바로 밖에 카페가 인기가 많은 탓에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센터에 드나드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는데 음식점의 입점이 크게 한 몫 한 것 같다. 기존에 있던 미용실과 마사지샵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휑한 가게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네일샾은 성황이다.
서른 이전에 비즈니스를 해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준석이가 혼자 얼마나 고민하고 고뇌하는지 안다. 때로는 이런 저런 이유로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날 때도 있고 그러다가도 또 때로는 자책감에 빠질 때도 있을텐데. 누가 해결해주지도 못하는, 오로지 혼자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장의 위치는 늘 외롭다. 지난 밤 준석이와 전화 통화를 하고 마침 다음 날인 오늘 쉬는 날에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만 할 수 없어서 이곳에 오게 된 이유 중 하나다.
30대 초반에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과연 어려운 일일까? 사장이라는 직업은 40대라도 혹은 50대라도 쉽지 않은 일이고, 상대적으로 어린 20대라고 해서 같은 사회 안에서 사장으로서의 책임의 무게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는 일이니 굳이 나이에 기준을 두는 것은 의미 없다. 결국엔 성향차이이고, 성인이 된 후에 겪는 가치관의 혼란과 재정립의 과정을 거쳐 부정적인 방향으로 굳어지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자기 합리화의 단골멘트는 ‘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 비즈니스란 그런것이다’ 이다.
그런 단골멘트를 입으로 또는 생각으로도 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준석이다. 사람의 얼굴에 그 사람의 인생과 성격과 마인드가 나타나듯 이 가게에서 준석이의 성향과 색깔과 미래가 보여진다. 가게가 콜스 앞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가게 앞을 지나갈 수 밖에 없는데, 스시를 사지 않는 모든 한사람 한사람에게 헬로와 하이를 하고 웃는 얼굴로 매일매일 한결같이 인사를 건네는데 누군들 다음에 한 번이라도 오지 않으랴. 중요한 사실은 그런 행동을 계산이 아닌 마음으로 한다는 것. 그리고 손님들 역시 진심으로 그를 대한다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준석이가 잉글번에 들어오게 된 것은 그의 운명일지 모른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부족한 그의 능력안에서 그것을 최고로 발휘했을 때 그때야 조금씩 조금씩 결과가 나오고 성취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 다시 말하면 한방에 대박나는 요행을 바랄 수 없는 그런 곳. 그 과정에서 준석이가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같은 자리에 들어와 온전히 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다른 누구도 느낄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내가 준석이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꼭 듣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행복해보이는구나. 참 열심히 잘 하고 있다. 힘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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