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업장이 셧다운 됐다가 리오픈한지 약 3개월 반이 지났다. 아직 한정된 메뉴로 운영중이지만 다행인 것은 Pan 섹션을 오픈했고 스파게티, 뇨끼 등의 파스타를 비롯한 다양한 팬 메뉴들의 주문이 늘었다는 것. 게다가 셧댜운 당시 냉동고에 킵해뒀던 대부분의 재료들을 거의 소진해가고 있기에 부담이 한결 덜어졌다. 그래도 아직 매출은 평소의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정도의 수준.
Rib-eye mash and salad
재료 소진으로 냉동고가 비워졌다는 것은 곧 새 메뉴들을 셋업하고 저장할 공간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멜번발 2차 웨이브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괜찮아지고, 가장 많은 인구가 모여있는 시드니를 비롯한 NSW주도 10명 남짓한 확진자를 지속적으로 유지중이다. 아직 레스토랑에 10명 이상 모임이 허락되지 않는 등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기임은 분명하나 사람들은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는 것 같다. 나름 괜찮은 이 타이밍에 헤드셰프는 약 1/3가량의 메뉴를 재구성했고 내일 메뉴들이 출시된다. 여름, 연말이 다가오며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등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테이크와 버거패티들
아직 풀타임 셰프 5명과 캐주얼 2명으로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다. 20명이서 돌아가며 할 일을 7명이 꾸역꾸역 버티고 키친핸드도 없어 헤드셰프도 설거지를 하는 마당에 안힘든 직원들이 어디 있겠냐마는 참으로 혹독하긴 하다. 한사람이 150%의 역량을 계속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상황인데 더 게을러지는 옆사람을 보면 감정컨트롤이 쉽게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배운 것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 게으른 동료를 보고 화가나는 이유는 결국 노동력의 비교에서 오기 때문에 내 위치와 역량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 안에 일어나는 일들,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쓸데없이 비교를 하는 버릇이 생기면 시간도 낭비되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속도 타고 건강만 나빠진다.
그나마 한가지 위로가 될만한 일은 Robby가 어른스러워 졌다는 것이다. 이젠 조금씩 남을 배려하기 시작했다. 머무는 곳곳 어지럽히고 흔적을 남기고 냉장고 문 잘 안닫고 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고 굳이 뭐라하지 않아도 혼자서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와 같이 일한지 3년만에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얼마 전 Robby의 생일이었는데 나이 한 살 더 먹더니 동료들 개고생하는 걸 좀 느꼈나보다.
6hours slow cooked pork belly with red wine Jus
아직 Schedule J의 특별한 컨디션으로 30시간 좀 안되게 일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 컨디션이 유지가 될 지 모르겠지만 Full-time을 유지하고 짤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땀 흘리면서 시프트마다 유니폼 갈아입으며 정신없이 일하던 때가 많이 그립긴 하다. 불과 반년 전 일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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