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간만에 데이오프를 받아 플레밍턴 마켓에 다녀왔다. 토요일은 항상 런치 아니면 디너 시프트에 일을 하기 때문에 여기 올 수 있는 날은 1년에 거의 한 두 번 이다. 얼마만에 온 플레밍턴 마켓인지 출발 전부터 참 설렜다.
영업시간은 아침 6시에서 오후 2시까지이다. 채소, 과일, 해산물을 파는 곳이 있고 옆에 잡화를 파는 곳도 있다. 초입부터 볼 수 있는 늘 변하지 않는 물건 진열들은 이곳에 올 때마다 골동품더미들 속에서 혹시 모를 명품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렇지만 늘상 실패해 허무함만 느끼게 되는) 기대감과 함께 나를 이곳으로 오고싶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주방도구 구경하는거라.
몇 년 전에 일식집에서 일할때는 업장 주방에서 뭐 쓸만한 게 있나.. 지난 해에는 코로나때문에 못 오고 지지난해 왔을 때는 집 주방에서 뭐 쓸만한 게 없나.. 그리고 이번에는 캠핑가서 뭐 쓸만한 게 없나.. 두리번 두리번 하던 찰나 저 멀리 중고 주방도구 가게에서 어떤 냄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럴수가. 딱 내가 찾던, 30cm대 전골냄비. 정확히 36cm짜리. 내눈에만 새 것 같은 중고.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은, 가볍고, 알루미늄에 논스틱 코팅이 되어있는,
BBQ Fire pit에 그릴올리고 그 위에 올려 부대찌개나 라면 먹을 때 쓸 녀석이라 플라스틱 손잡이는 빼버리면 되고.
아주 그냥 내가 딱 찾던 냄비다. 자신있게 이거 얼마!!!!!! 라고 눈을 똑바로 뜨고 제발 가격까지 저렴했음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니 인디안같아 보이는 주인이 10불!!!! 오 땡뀨
실용적이고 저렴한 것들로만 캠핑에 필요한 장비와 도구들을 구성중인데 이것은 그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최고의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뚜껑을 씌운 모양도 UFO 비행접시 처럼 귀엽다.
집에 가져와 나사돌려 손잡이 빼고 깨끗하게 씻어서 바로 사용해 봄. 소고기 버섯 전골.
열 전도율 좋고 어차피 그릴에 올려 은은히 계속 열을 가해줄 녀석이라 열 보존능력은 크게 필요없고, 무엇보다 크기가 딱이다. 우리 부부는 기본 3인분을 깔고 가기 때문에 최소 라면 3개 또는 3인분 양의 전골을 끓일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 기가막힌 크기다.
장모님의 육수만드는 가루와 간장, 고추가루, 소고기 갈비살, 버섯 모듬 넣고 그냥 끓이면 끝. 담백하고 살짝 칼칼하게 괜찮다.와이프가 캠핑가서도 또 해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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