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스비 역에서 웨스트필드 반대쪽으로 나오면 한산하긴 하지만 Hornsby Railway 호텔 주변으로 식당이 몇 개 있다.
코비드 이전에야 그래도 꽤나 북적거렸지만 요즘엔 비원 한인 중국집 말고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비원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라 고스포드에서도 자장면 먹으러 올 정도인데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안 뿐만 아니라 호주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그 쪽 상권은 비원이 가까스로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외 일식당과 카페, 얼마 전 입점한 한인 BBQ식당도 있지만 거리의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들은데다 반대쪽 웨스트필드에만 사람들이 몰리니 무슨 수로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까 싶다. 단골 유지는 먼나라 얘기고..
가끔 와이프와 비원에 갈 때마다 궁금하여 지나가곤 했는데 언젠가 한 번 가보자 말만 했지 좀처럼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다. 사실 자장면이나 DC마트 말고는 이쪽으로 올 일 자체가 없기 때문인데 그러던 어느날 중국집 음식 먹기에는 뭔가 좀 무거울 것 같고 가볍게 피자와 파스타가 땡겨 슬슬 마실 나올 겸 와이프 손잡고 걸어온 Zi Teresa.
피자를 메인으로 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고급 음식점은 아니다. 가격대를 보니 한식으로 따지면 백반집 같은 느낌이랄까. 몇 개 안되는 테이블 중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기도 전에 눈에 들어온 이탈리아 대표 브랜드 페라리 로고. 토마토 소스 같은 붉은 바탕에 모짜렐라 한덩이 올려놓은 듯 심플하지만 워낙 브랜드 이미지의 무게감이 있어 나름 어울린다. 한인 BBQ식당에 HYUNDAI 로고가 있으면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진 않은데..
맛이나 가격을 떠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느낌의 식당 인테리어다. 멜번에서 들렀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The waiters restaurant 같은 느낌이다. 화덕 피자오븐을 연상케 하는 외부 유리창. 벽돌 카운터나 가정집 나무 가구들, 주인의 것인지 혹은 누구의 것이지는 모를 옛날 사진이 담긴 액자, 초록/흰색/빨간색 바탕의 벽면을 바탕으로 깔끔하게 위치한 소박한 인테리어 소품들, 팬에 양파와 마늘 볶는 향긋한 냄새, 딸가닥 딸가닥 피자 도우 롤러 미는 소리까지 정겹다.
애초에 다이닝 수준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기에 사용하는 재료의 범위와 요리 수준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두 명 정도면 오퍼레이팅 할 수 있는 수준의 음식들이다. 해당 날에는 한 명이 오더와 요리를 모두 커버하고 있었는데 전화받고 피자 만들고 파스타 요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어찌어찌 해나가는 모습을 약 한시간에 걸쳐 볼 수 있었다. 간단하게 요기하러 온 동네 식당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주문할 수 있을 것.
전체적으로 메뉴에서 이 집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찾기는 어려웠다. 피자 중 Ham and Egg 가 들어간 Australian이 궁금하긴 했지만 짭쪼름한 엔초비가 먹고 싶어 푸타네스카로 주문.
파스타의 경우도 사용하는 재료는 다 거기서 거기였으나 다양한 파스타 면을 제공하는 부분이 나름 장점이었다. 보통은 소스에 따라 어울리는 파스타가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파스타 종류와 소스 종류를 각각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먹는 사람의 취향을 더욱 존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고른 것은 Spaghetti에 마리나라. 해물이 어떻게 나오는가가 궁금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모든 것이 좋았으나..
콜스나 울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Marinara seafood mix가 사용되었을 줄이야.. 주문이 들어가고 마늘 볶는 냄새까지는 참 좋았는데 막상 음식을 받아보니 시푸드 퀄리티와 양에 살짝 실망했다. 다른 파스타에 비해 월등히 비싼 이유가 해물을 사용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냉동 해물이면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었다. 소스의 유화는 나름 괜찮았다.
Puttanesca pizza.
페퍼로니와 엔초비, 올리브에 캐이퍼 까지 짭쪼름의 향연이다. 바닷물을 마신 듯한 짠맛이다. 젓갈을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그보다 짜다. 원래 이 피자는 이렇게 짜게 먹는 것인가. 3~4인분 피자 라지 한판을 먹을 수 있는 내가 이 작은 피자의 마지막 한 조각을 남기다니, 그것은 이 피자가 정말 짰기 때문이다.
도우는 꽤 얇은 편이다. 재료에서 나온 기름 탓에 모짜렐라와 베이스가 쉽게 떨어졌고 한 입 먹을때마다 기름이 뚝뚝 흘렀다. 음. 피자가 메인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실망하진 않았겠지만 여긴 피자 레스토랑이기에 약간 실망.. 혼자 전화받고 피자 굽고 파스타 만들고 홀 손님 받고 하다보니 도우도 살짝 타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멀리서 찾아온 곳이 아니라 그냥 물 몇 컵으로 짠지가 되어버린 속을 달래고 나왔지만 다음엔 Crust pizza나 피자헛을 가게 될 듯 하다.
Pizza Picchio의 Quattro Formaggi와 같은 피자는 혼스비 근처에서는 정녕 먹을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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