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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살기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축축하다.

by MJINAUS 2022. 3. 9.

티비나 냉장고만큼 중요한 가전제품이 또 있을까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습기가 가전의 왕이다.

DeLonghi DES16EW



제습기 없이 버티기 힘든 날들의 연속이다. 365일 중 300일이 화창한 시드니에서 이런 날씨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또 거실로 옮겨주며 쉴 새 없이 가동시키니 엄청나게 습기를 빨아댄다. 수시로 물받이를 비워주지 않으면 3L 물받이가 금방 넘칠 기세다. 이렇게 밤낮 열일하는 제습기의 가상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곰팡이 번식 속도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서둘러 콜스에서 몰드킬러를 사와서 또 한 번 벽과 천장을 닦아줘야겠다. 엄청난 크기의 물먹는 하마가 동네마다 하나씩 있어 구석구석 습기를 쫘악 빨아들였음 좋겠다.




실내 습도가 90%에 육박하는 습한 날씨가 몇 주 째 이어진다. 일주일에 여섯 혹은 일곱 벌을 입는 유니폼은 빨래 주기가 정해져있는데 요즘 도통 마르지 않는 탓에 평소 안 입던 유니폼까지 열세벌을 다 꺼내 입게 되었다. 내일 복귀하는, 온가족이 순차적으로 코비드에 걸려 총 14일간 격리를 마친 헤드셰프에게 전달할 stock sheet와 weekly sales를 정리하고 나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셰프의 공백을 메우려 전례없는 주 당 10시프트를 이주 연속 하며 캐주얼 셰프들 식콜에 rostering과 ordering, 펑션에 서비스까지 밀어붙이니 녹초가 됐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weekly sales는 또 레코드를 갈아치웠다.

맨리 댐이 넘치기 시작했고(결국 디와이가 잠겼다..) 시드니 근처 11개의 큰 댐들 중 9개가 저수량의 100%, 나머지 두 군데가 각각 97%, 99%에 육박했다는데 점점 내가 사는 곳으로 홍수 지역이 조여오는 느낌이다. 불안감에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다. 시드니에서 지낸 지난 8년동안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경험은 해 본 적이 없어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유닛 Backyard의 공동구역 방수막에 크랙이 가 그 사이로 몇 주 동안 엄청난 양의 빗물이 스며들었고(현재진행형) 콘크리트 물길 따라 백야드와 맞닿아 있는 마스터 룸의 카펫이 젖어들고 있다. 점점 면적이 넓어지는데 이주 전 상황이 안좋아짐을 직감하고 서둘러 침대를 작은 방으로 옮겨놓은 것이 신의 한 수 였다. 어쨌든 2베드 중 방 하나를 못쓰고 있는 상황인데 이사를 가고 싶어도 주변 시세가 너무 높아져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 기름값, 고기값, 렌트비, 죄다 오른다. 연봉 올려달라고 투정부리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헤드셰프도 돌아왔으니 5월달에 있을 연봉 협상에 대비한 전략을 함께 짜야겠다.

기간으로만 보자면 이번 3월이 ENS DE를 위한 정확히 3년 경력이 채워지는 달 이지만 2020년과 2021년 합하여 총 6개월의 stand down 기간이 있어 법무사와 상의하에 8월로 신청을 미뤘다. 고용이 유지되더라도 unpaid stand down이라 경력으로 인정 되지 않을것이라는 견해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PR을 향한 마지막 관문으로써 단 하나의 틈도 보이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 굳이 몇 개월 서둘러 신청하자고 확실하지 않은 것에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다 백번 나은 선택이다. 무언가에 절실하게 되면 이민법 해석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는 경향이 있게 마련이다. 법은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케이스오피서의 부정적인 판단을 이끌만한 무언가를 남겨선 안된다.

-Nomination에 필요한 서류요청 및 노미네이션 접수 준비 4월-6월
-Visa application 서류 준비 6-7월
-신청 8월

ENS Visa(subclass 186)
http://classic.austlii.edu.au/au/legis/cth/consol_reg/mr1994227/sch2.html

186.234 조항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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