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용한정보들

세탁기를 분해 해 보았다.

by MJINAUS 2021. 8. 18.

(사진들이 혐오스러울 수 있음을 미리 안내드림)

 

평소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하게 만드는 Lockdown.

요즘들어 섬유유연제를 넣어도 빨래에서 왠지 쿰쿰한 냄새가 난다. 새로 산 지 2년도 안됐는데 세 번 헹굼 모드의 빨래감이 이런 퀄러티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가끔 유튜브에서 세탁기 분해영상을 보면 혹시 우리집 세탁기도..? 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막상 기사님을 부르자니 왠지 돈이 아깝고.. 혼자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또 공구가 없다. 그래서 아마존에 공구를 주문했다. (공구 설명은 아래)

 

세탁기 기종:

LG Top Load Washing Machine 6.5kg WTG6520 엘지 통돌이

 

배송비까지 $40이 채 들지 않았다. 이 정도면 실패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에 계시는, Lockdown으로 일도 못하고 집안일만 하는 남편분들은 한 번 따라해 보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요.

 

 

 

1. 준비물 사진

 

-38mm 1 1/2" hex width across die nut stock wrench ($20)

-10mm socket T-bar long handle wrench spanner hex key ($9.95)

-Drill and hammer (보유)

-Torque socket wrench ratchet wheel (보유)

 

2. 바닥

 

은색 캡을 벗겨내면 아래 10mm 볼트가 있다. 십자 드라이버로 틈을 찾아내어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서 캡을 벗겨낸다.

 

3. 여기가 바로 그 틈새

 

십자드라이버로 과감히 틈새에 쑤셔 넣고 재껴줌.

 

4.  10mm 볼트가 보인다. 다른 기종은 몇미리인지 모르겠다. 이 세탁기는 LG 통돌이. 10mm 규격이다. 아 벌써부터 물때가 보인다.

 

5. 볼트를  위 준비물 사진에서 노란색 T bar 10mm socket wrench를 이용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풀어주면 바닥을 빼낼 수 있다.

 

6.  그럼 이제 38mm 볼트가 나온다. 이 녀석은 아주 꽉 껴있다. 1번 준비물 사진의 가장 위에 있는 은색 38mm 1 1/2" hex width across die nut stock wrench가 필요하다. 렌치를 크게에 맞게 잘 끼우고 망치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툭툭 쳐준다. 손으로 돌려서 풀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망치가 필요하다. 

 

7. 바로 요놈이 필요함. 엘지 통돌이는 38mm. 삼성은 36mm라 한다. 자세한 규격은 서비스 센터에 알아볼 것. 엘지 통돌이는 38mm 균일 사이즈.

렌치의 양쪽 팔은 돌려서 풀 수 있다. 난 한쪽만 끼워서 작업함.

 

8.  이렇게 시계 반대방향으로 툭툭. 너무 세게 말고 항상 적당한 힘으로 툭툭. 뭐든지 이런 공구 다룰때는 자기 화에 못이겨 갑자기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면 뭔가 꼭 망가진다. 그러니 살짝 툭툭.

 

9. 38mm 볼트가 풀렸다면 이젠 상판을 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안의 통을 꺼낼 수 있다. 상판에 아래 바둑알크기의 캡이 있고 이것을 벗겨내면 나사가 나온다. 양쪽에 있다. 둘 다 풀어주면 됨.

 

10. 세탁기 뒤쪽에도 나사가 있음. 마찬가지로 양 쪽 다 풀어서 옆에 잘 모셔둠.

 

11. 상판을 들어낼 때 연결된 전선이 데미지를 입지 않게 조심조심 들어올린다. 그리고 자동차 보닛 받쳐놓듯이 주변에 도구를 이용해서 잘 받쳐놓는다. 그럼 아래 사진처럼 통의 상단에 부착되어 있는 휠을 볼 수 있는데 이 것을 흔들어 보면 물 소리가 난다. 안에 물이 들어있어 탈수할 때 밸런스를 잡아주는 기능을 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나사가 있는데 다 풀어주고 한쪽에 잘 놔둠. 아직은 이 부분을 분리시킬 수는 없다. 통을 꺼내고 벽면의 볼트를 풀어줘야 한다. 일단 나사만 풀어줄 것.

 

12. 세상에.. 통을 드러내니 벽에 쌓인 물때들이 보인다. 이러니 빨랫감에 냄새가 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유튜브에서만 보던 장면을 눈앞에서 보니 믿기지가 않고 서둘러 닦아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상쾌해진다.

 

13. 참으로 혐오스러운 사진이다. 끄집어 낸 통 바깥면. 저 가운데 반짝이는 부분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본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일부러 세탁조 크리너 작업을 선행했고 이것이 그 결과다. 세탁조 크리너는 세탁기를 사고 나서부터 적어도 2주에 한 번,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꾸준히 해줘야 효과를 발휘할 듯 하다. 이미 이렇게 물때가 낀 세탁기에는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이 세탁기는 산 지 2년도 되지 않았다. 세탁조 클리너는 1년에 세 번 정도 해줬음. 그런데 이 모양임... 

 

14.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 볼트가 있다.

 

15. 이 볼트들을 풀어줘야 상단의 휠을 분리시킬 수 있다. 아까 통을 꺼내기 전에 나사만 풀어줬는데 이번엔 통을 한바퀴 돌려가며 이 볼트를 풀어 주자.

볼트를 만지기도 싫다. 하지만 풀어야 한다. 

 

16. 작업할 땐 꼭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할 것.

 

17. 상단 휠을 분리하면 이렇게 물때가 뙇!

 

18. 통 안쪽에 보면 벽면에 필터 기능을 하는 세 parts가 있다. 다 떼어낸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모든 곳에 곰팡이 때가 있다.

 

19. 만지기도 싫다. 하지만 이 작업을 직접 함으로써 상당한 금액을 세이브 할 수 있다. 못해도 NDQ ETF 네다섯 주는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니 참고 이겨낼 수 있다.

 

20. 통을 들어내고 세탁기 벽에 있는 때는 일단 세탁기능을 실행하여 물을 좀 받아 놓고 락스를 물에 적당히 푼 다음 고무장갑을 끼고 철 수세미로 닦아준다. 찐득한 질감이라 생각보다 잘 닦이지 않는다면 곰팡이 스프레이를 뿌려두고 오분 정도 있다가 작업해도 된다. 

 

21. 냄새가 독하기 때문에 꼭 마스크 착용! 반드시 장갑도 착용할 것! 통에 물을 받아놓고 작업했다면 물이 상당히 더러워져 있을 것이다. 이 물은 탈수기능을 이용하여 빼낼 수 있다. 탈수를 하는 과정에 바가지에 물을 받아 부어주면서 통안을 끝까지 깨끗하게 헹궈낸다.

 

22. 햇볕에 말려주기.

 

24. 하우스에 거주한다면 마당 수도꼭지에 고압분사가 가능한 호스를 연결하면 보다 완벽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무장갑을 끼고 손가락으로 구석구석 닦아내야 한다.

 

25. 완벽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했다. 화장실 부스 안에서 작업하다보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다. 이 정도도 정말 많이 깨끗해 진 것.

 

26. 눈이 부시다. 마음까지 정화됐다.

 

27. 뿌듯하다. 칭찬받고 싶다.

 

28. 휴대폰 배경화면으로도 손색 없는 훌륭한 결과다.

 

29. 순백의 내부.

 

30. 조립은 분해의 역순.

 

 

정리하며..

 

물 곰팡이는 세제 냄새가 강하게 난다. 손으로 만져보면 미끌거리고 세제 찌꺼기가 늘어붙어있는 것 같다. 어느 유튜브에서 본 전문가의 조언에 의하면, 세탁 세제는 사용법에 쓰여있는대로 적당한 양을 넣어야 한다. 난 습관처럼 세제를 정량보다 많이 넣는 편이었는데 많이 넣는다고 빨래가 더 잘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불과 2년도 안 된 세탁기에 이 정도 물곰팡이 때가 끼었다는 건 잘못된 습관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탁기를 직접 분해하고 청소할 줄 알게 됐으니 세탁조 크리너를 사용하는 것보다 차라리 6개월에 한 번씩 직접 들어내고 청소해야 겠다. 

 

 

고된 일을 마치면 언제나 고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