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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Diary

03052019 극심한 흉통을 느꼈다.

by MJINAUS 2021. 6. 18.

지난 화요일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나름 관리를 잘 해온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Rob 이 녀석은 사람을 돌게 만든다.

지금 홀리데이를 간 수쉐프 맷은 그를 쓰레기 취급해왔다. Rob본인 입으로 한 얘기다. 본인 입으로 "맷은 나를 쓰레기 취급해. 쓸모없는 놈이라고 해" 그런 말을 하면서 그가 왜 그런말을 하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근데 그런 맷이 홀리데이를 갔으니.. 내 입에서 같은 소리가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간만에 상당한 수준의 흉통을 느꼈다. 근 3년정도는 느끼지 못했던 레벨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은 수시로 바뀌고 다양하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 상황의 레벨을 정하는 것은 실제로 상황의 어떠한 극심함 또는 덜함의 정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대하는 사람의 컨디션이나 마음가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가령 어느 흐린날 기상 후에 두통이 찾아와 아침도 거르고 일을 하러 갔는데 좋지 않은 컨디션 때문에 별 거 아닌 일에도 심한 감정의 격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전날 밤 기분좋은 일이 있어서 -가령 주문한 물건이 택배로 도착하는 것 같은- 평소같았으면 꽤 짜증나는 상황에서도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에 있을 때, 직장생활을 해봤지만 미생의 오차장처럼 한국사회의 그 중심에서 온갖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 사회를 마스터했다고 할 수 없는(물론 그것은 불가능..), 오히려 수박 겉핥기정도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지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이곳의 환경을 남들이 흔히 말하듯이 "여기 애들은 한국 사회와 이런이런 부분이 달라"라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굳이 한국사회와 비교하는 것은 너무나 주관적이고 짧은 생각에서 비롯된 판단일 수 있다. 한국의 사회든 이곳의 사회든, 있을법한 사람은 늘 항상 있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은 언제나 일어난다.

그러나 현재진행형으로 느끼고 있는 분명히 다른 한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사람들은, 그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방법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이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우나..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이들이 상황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방식은 사건 중심이 아니라 개인 중심이라는 것이다. Supervisor는 상황이나 사건을 확대해석하지 않고 거의 방치수준으로 내버려 둔다(허나 이것은 방치가 아니다. Supervision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퍼바이저의 속내를 누구도 알 수 없을 뿐). 구성원 중 스트레스를 받는 개인은 각자가 스트레스를 관리해야한다. 옆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은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라는 말 뿐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람도 그냥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거나 아니면 고립되어 일을 그만두게 된다. 그것은 그냥 단순한 상황의 변화로 하나하나의 장면일 뿐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미래 예측의 도구나 수단, 데이터로 생각하고 다루는 경우는 업장의 발전을 위한 매니지먼트 측면에서의 상황을 제하고는 극히 드물다.

Rob을 어떤 방식으로 푸시하고 끌고 가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나 역시 수쉐프인 맷에게 푸시를 받는 입장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수쉐프 맷이 홀리데이를 떠나기 전에 함께 일한 어느 일요일 점심, 예약이 300에 육박하고 120명짜리 펑션이 따로 잡혀있던, 그리고 수쉐프의 살인적인 압박으로 인해 아주 극심한 긴장에 사로잡힌 나에게 맷이 한 얘기가 늘 귀에 멤돈다.

난 널 푸시할거야. 그러나 넌 스트레스 받지마.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더니..)

난 수쉐프고, 압박을 느끼게 하고 푸시를 하는 것이 내 책임 중에 하나야.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고 안받고는 너가 선택할 몫이야.

정답이 정해져있고 그 정답은 내 윗사람의 성향에 의해 달라지는 사회에 있던 나는 위 말에 대해 많은 시간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면에서 Rob은 Matt의 말을 정확히 이행하고 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하여 그를 푸시하고 움직이게 하려 해봐도 그에게 변화는 없다. 이게 정녕 이들의 사회였던 건가.. 수도 없이 곰곰히 되뇌이다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맷은 5주라는 장기간의 홀리데이를 앞두고, 곧 자신이 느꼈던 고통을 느끼게 될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와는 별개로 이 사회는, 적어도 내가 속한 이 조직은 나름 합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얘기해 준 것이다. (팀과 개인이 50:50. 이들에겐 합리적인 것이, 90:10 또는 80:20의 팀 주의의 사회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당연히 비합리적이다) 합리적이다라는 것은 팀과 개인의 사고가 균형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의반 타의반 개인의 냉정함을 필요로 한다. 조직의 발전과 개인 중심의 사고가 50:50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그런 균형을 말한다.

60:40으로 자신의 선택에 의한 개인의 희생이든, 반대로 40:60으로 개인의 이기심이 앞서든 그것은 누군가의 시선이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그리고 그것에 대한 보상이나 징계등의 고과가 무디게 적용되는 이곳에서 어떤 stance를 취해야 하는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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