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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요리로영주권까지

150321 회사는 전쟁터고 밖은 지옥이야.

by MJINAUS 2021. 6. 16.

A-지금 다니는 회사
B-옮길 회사
C-지금 다니는 회사 법무사
D-TSS담당해 줄 법무사
E-옮길 회사 호텔 매니저


150321

2:30pm Hotel Licensee Roman과 미팅
퇴사 통보, pay raise offer 거절.

9:00pm Head Chef Steve와 미팅
퇴사 통보, pay raise offer 또 거절.

돈 올려준다는데 바보같이 '내가 지금 딜하자고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야'라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나에게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왔다갔다 하는데 순간 정신 못차릴 뻔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존심은 지켰다. 그게 밥먹여주는 게 아니란건 잘 알지만 아직은 세상과 타협하기엔 많이 이른 나이다.

식리브내고 허리도 못펴는 와중에 나 끝나는 시간 맞춰서 미팅하자고 온 Steve. 그걸로 마음은 충분히 전달됐음. 그나마 지옥으로 가는게 아니라 다른 전쟁터로 가는거라 다행이다. 정신 나간 놈이 되지 않기 위해서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일련의 과정을 잘 정리해서 빠른 시일내에 잘 기록해 둘 것.






160321
잡오퍼레터와 B회사 디테일, 지난주부터 오늘자까지 E와 나눈 대화내용 간략히 정리하여 D에게 메일 보냄
D에게 이번주 안으로 E와 컨택해 줄 것을 요청. E역시 D가 TSS의 ABC단계를 직접 관리해 줄 것을 원함.

170321
TSS관련서류 D에게 전송

180321
회사 오너가 C에게 내 퇴사결정 통보 (170321)
C 로부터 407 withdrawal 이후 향후 과정에 대한 내용 안내받음 (35days cease, Natural Justice Letter). 아울러 본인의 비자 대행 업무를 중단을 원하는지 답변 요청함.

180321
Roman에게 407withdrawal 시기 요청

180321
추가서류 D에게 전송. AFP check 신청

190321
추가서류 D에게 전송.




패닉상태로 인해 한동안 기록 중지.
정확한 날짜 기억나지 않음.
어찌됐건 간에..

E로부터 메일 한 통 받음.
회사가 구매자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오너가 컨디션을 검토중인데 아직 계약서에 사인하진 않았다. 라고 함.

407비자의 브릿징 상태에서 새 업장과 TSS진행 시 브릿징 C로 인한 워크퍼밋에 해결방안에 집중하던 중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영화 신세계에서 이정재가 골드문의 보스자리를 차지하자고 마음 먹고 실행에 옮길 때 최민식의 대사가 기억난다.

아 이러면 나가린데...

현재 다니고 있는 A사의 407 어플리케이션 철회를 아직 진행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매니저와 헤드셰프 역시 날 충분히 배려해주어 '옮길 회사의 비자부분이 완전히 세팅된 후에 퇴사를 해도 좋다. 기간은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편하게 생각하라'고 했었다. 당시 내가 부렸던 객기에도 회사가 이렇게 나와주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없이 난 앞만 보고 나아가려 했지만, 거의 상황은 끝난거나 다름 없었다.
D에게 상황설명하고 자문을 구하니.. 우선 상황은 일단 좋지 않다, 회사 매각 계약서에 스폰서 조항이 들어가야 하지 않나 이 부분을 어필하자고 하여 법무사를 통해 메일 발송. 하지만 저쪽 상황 역시 매니저 입장에서는 out of control.

며칠 후,
E로부터 메일. B회사 오너 계약서에 사인, processing time은 90days.. 라는 내용. 단순히 현재정황상 시간이 최소 90days, 게다가 스폰서 게런티도 없는 상황. 쿼트와 컨트렉트 컨디션 검토, 서류 준비까지 다 하면 반년은 걸릴 상황이다. 마음을 접어야 했다. A사의 연봉과 근무환경의 문제는 차치하고 날 가장 괴롭게 했던, 내가 회사를 나가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는 407비자를 담당했던 A사의 법무사가 만든 상황, 특히 전체 프로세스를 지체되게 만들고 느긋한 일처리와 miscommunication 이었다. 내 불만은 이미 충분히 전달된 상태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곳을 찾느냐 아니면 퇴사를 철회하고 남아있느냐..

바둑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투에서 돌을 잃은 상황이다. 그래도 게임은 계속 된다. 는 미생 장그래의 나레이션이 귓가에 맴돈다.

3일을 고민했다. 전화 인터뷰도 봤다. 그런데 도통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Regional에서 온 오퍼들의 평균 샐러리는 패키지로 $70k언저리인데.. 왠지 B사와의 일로 인해 불안함을 느낀 나는 더이상 힘이 나지 않는다. 게다가 A사에서 한번 우왁! 하고 난 이후 어느정도 평정심으로 돌아온 나는, 서둘러 헤드셰프와 미팅을 요청했다.

상황을 설명했다. 적어도 나의 헤드셰프에게는 1부터 10까지 모든 것을 솔직하게 얘기해왔다. 내 상황을 듣고 나온 그의 한마디.

"그래서 그만두지 않고 여기에 남고 싶다는 뜻이 맞는가? 만약 그렇다면 잘 생각했다. 비자만 생각하자. 오너와 매니저는 내가 설득해서 모든 주변의 상황을 돌려놓을 테니 너가 원하는 것을 얘기해보아라"

"고마워. TSS 지체하지 않고 지금 바로 진행하는 것, 그리고 회사 법무사가 아닌 내가 원하는 법무사와 진행할 것, 또하나, 연봉 인상. 그리고 일벌려서 미안하게 됐다."

"알았다. 그 부분들이 확실히 지켜질 수 있도록 할테니 넌 일에 집중해라. 미안한 일이 맞다. 그런데 사람은 실수에서 배우는 법이다. 너가 나가지 않는다고 하면 아마 모두가 해피할거야."

"...(고마움과 미안함에 눈물도 안나오고 바리스타가 타준 커피만 홀짝홀짝 마심)"






230421 현재 상황.

새로운 법무사에게 Applicant관련 서류 모두 제출.
회사 오너 견적 및 프로세싱 컨펌.
법무사가 오너에게 추가서류 요청
오너 추가서류 준비중... 추가서류에 컨트렉트가 있고 이 서류가 완성되려면 실제 연봉이 책정되어야 함. 현재 작업 중.

퇴사 통보 후 여기까지 진행되는 동안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A사 매니저, B사 매니저, A사 법무사, B사와의 TSS진행 예정이었던 법무사, 그리고 E. 그들과의 지속적인 매일교환과 눈치싸움, 상황 이해, 플랜 재구성에 대한 머리굴림, 아울러 개인적으로 정보 수집작업. 일과 이것을 병행하자니 역시 높으신 분들이 왜 비서를 두는지 잘 알겠음. 아마 지금껏 살아온 내 인생에서 단기간에 이렇게 쫄깃하고 치열했던 롤러코스터를 탔던 경험은 없었던 듯 싶다. 360도 회전하는 레일을 360바퀴 돈 기분임. 그리고 지금 나는 그리 괜찮다고 할 순 없는 몸상태다.



실수에서 배우는 법

너무나 흔하게 들어왔기에 그리 영양가 있어 보이지 않던 이 말이 직접 당사자가 되어 들으니 이것만큼 지금의 나를 위로해주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한국말로만 보고 듣다가 잉글리쉬로 들어서 그런가.

아직도 E에게 메일은 오고 있다. 회사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프로세싱 진행중에 있다. 기존에 제공했던 오퍼는 아직 유효하며 계속적으로 상황 전달해주겠다. 라는 내용이다. E는 자기로 인해 내가 곤경에 빠진 것을 미안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E를 추궁할 순 없다. 그녀도 오너가 아닌 이상 회사 매각 과정은 그녀의 범위를 넘어선 이슈고 셰프 고용은 그녀가 늘 해오던 업무였기에 나에게 오퍼가 온 것일 뿐.

한달 전 회사 나간다고 난리부릴 때 주변에서 하나같이 지금 다니는 회사만큼 좋은 곳이 없을거라고 했는데, (실제로 참 괜찮은 회사다) 오직 나만 고집을 부렸다. 살아오며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에 한번도 긍정적인 결과가 없었던 것을 보면 뭔가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내가 살아왔거나 앞으로 살아갈 궤도 밖을 튕겨나가지 않게 잘 잡아주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내 분수에 맞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답답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로부터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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