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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022

by MJINAUS 2022. 6. 21.

오건영님의 경제 강의 들으러 유튜브 들어갔다가 발을 잘못 디뎌 슈가맨에 빠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시간하고도 10분이 더 지났다. 영턱스클럽의 '정'을 들으니 트로트 비트의 정서때문일까 왜 갑자기 뭉클해 지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가요계의 르네상스시대를 비교적 약간 어린 나이에 지내온 내 머리와 마음은 언제든 그때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스토리 전개를 외워버린 본 드라마를 또 보고 수십 번 본 영화를 또 보는 게 취미다. 그냥 틀어놓을 때도 있고 처음 보는 것처럼 집중 해서 볼 때도 있다. 후자의 경우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 뭔가를 찾아내려는 것 보다 매번 느꼈던 감정을 또 느끼고 싶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에 재미있는 드라마와 작품성 높은 영화들이 셀 수 없이 많기에 정해진 여가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에선 분명 암묵적 비용의 손실이 크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습관이 주는 대체 불가능한 편안함 이라는 게 있다. 오래된 편한 친구와는 한 공간에서 서로 관심 없이 각자 할 일을 하다가도 무심결에 꺼낸 한마디로 언제든 대화가 이어지듯, 뻔히 외우고 있는 스토리라 다른 일을 하다가도 언제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것. 추억을 곱씹게 만드는 학창시절 많이 부르고 듣던 노래를 지금까지 계속 듣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의식적으로 의식을 하고 있는 이 행위는 심적 편안함과 노곤함으로 긴장을 풀어준다. 이러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데 점점 더뎌지고 나중엔 아예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실제로도 조금씩 그러고 있지만) 걱정도 되면서 아, 이러면서 세대간의 문화차이가 생기는구나 깨닫는다.

지킬 게 점점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려움 또한 생겨서일까? 이 질문을 하고 보니 우스운 건, 사실 그렇게 많지도 않은 걸 지켜내겠다는 핑계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을 일부러 억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지켜야 한다는 건 물질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잊고 싶지 않은 과거의 추억과 감정들도 포함이다. 익숙한 과거에 마음을 맡기면 나다운 나로 돌아가는 것 같고 그래야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정답이 없는 삶의 혼란속에서 마음이 잠시나마 편해지기 때문에. 이민을 와서 인지 나이에 의한 변화인지 뭐가 원인인지는 모르겠다. 한번밖에 살아보지 못한, 혹은 살아가고 있는 탓에 자체 비교 군이 없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부딪히고자 할 때 사용할 엄청난 에너지는 긍정적인 결과에 부합하는 특별한 보상이 없다면 발휘되기 어렵다. 어딘가로부터 아낀 힘을 끌어온다 해도 에너지를 회복하는 속도가 사용하는 속도를 못 따라온다. 그래도 꾸역꾸역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점점 더 고되어가는 몸과 마음은 잠깐의 휴식시간을 틈타 또 편안함을 찾아 움츠러든다. 유튜브 알고리듬은 어떻게 나의 그런 상태까지 캐치했는지 갑자기 추천동영상에 슈가맨이 나타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지난 언젠가 일 끝나고 집에 와 너무 힘들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을 때 그때 그 시절 노래가 듣고 싶어 한 번 검색해서 찾아봤던 적이 있었던가 싶기도 하다.

30대의 모든 시간을 투자했고 결실을 앞둔 지금, 내 다음 꿈은 뭘까 고민하다가 문득 내 나이를 생각하니 그래도 아직 많이 젊구나 생각이 든다.



간만에 와이프 차 깨끗하게 세수 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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