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 1개월 차
새로 오픈하는 널싱홈 키친으로 일자리를 옮긴 지 한달이 조금 지났다. 요리를 오래 해왔지만 전혀 새로운 환경이라 첫 한달이 무척이나 정신없고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다.
시드니에서 손꼽히는 부자동네에 있는 널싱홈이라 이것저것 세세하게 신경 쓸 부분이 많다. 대대로 부자가문이었든 자수성가를 했든, 80대 90대가 되어 이곳에 들어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분명한 문화적 성장배경이 있고 그것을 존중받길 원하고 생각 이상으로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테이블세팅부터 매일 스프-디저트-메인 코스로 진행되는 음식 퀄리티는 물론 직접 테이블들 돌아다니며 대화도 나누고 까다로울정도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와인의 온도도 신경쓰는 등 그룹의 Hospitality Manager인 David에게 유용한 것들을 많이 배우는 중이다. 데이빗의 부모님이 이 곳 레지던트들과 비슷한 나이대라 그들의 영국 호주 유럽의 전통적인 테이블 문화, 요리 특징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
다이닝 서비스 퀄리티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일해오던 커머셜 레스토랑과는 다르게 상하관계가 아닌 동등한 관계로서의 다른 파트와의 협업 과정에서 약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하는 내내 웃는 시간이 많고 건설적인 대화도 많이 오가며 긍정적인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오픈한 지 한달이 되어 직원도 어느덧 70명 가까이 됐고 레지던트도 23명이나 들어왔다. 124개의 룸이 꽉차는 날이 언제쯤 올까. 얼굴과 이름 기억하는 게 참 쉽지 않지만 나름 두뇌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위안삼으며 암기하는 중이다.